"너구리가 돼"…SNS 뒤덮은 생새우 먹방, 이유 있었네 [솔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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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생새우 먹방, 최근 SNS에서 한 번쯤은 봤을 겁니다.

요즘 SNS에서는 가을이 생새우로 시작됩니다.

맛집을 소개하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새우 껍질을 열심히 까고, 남은 새우는 냄비에 올려 소금구이로 익히는 등 모습이 적극 공유되고 있는데요. 제철 먹거리가 SNS를 채우는 풍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봄에는 봄동과 알주꾸미가, 여름에는 초당옥수수와 토마토·복숭아가 유행의 중심에 섰죠. 늦여름부터는 무화과가 바통을 이어받았고, 이제 생새우와 전어·꽃게·밤·고구마가 피드에 등장하며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중입니다.

유행하는 품목은 철마다 바뀌지만, 특정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을 찾아 즐기는 이른바 '제철코어'는 사라지지 않고 있는 모습인데요. 이 제철코어의 시계가 점차 빨라지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출처=성심당)

생새우 먹고 무화과 케이크까지…가을을 즐기는 법

최근 SNS에서는 살아 있는 새우를 손질해 회로 먹는 영상이 잇달아 공유되고 있습니다. 남은 새우는 냄비에 올려 소금구이로 익히고, 머리는 버터에 바삭하게 구워 먹는데요. 마지막으로 새우라면까지 끓이면 '새우 한 상'이 완성되죠. 한 해 중 짧은 기간에만 맛볼 수 있는 생새우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모습이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콘텐츠가 된 겁니다.

관심은 검색 동향에서도 확인됩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국내에서 '생새우'를 검색한 관심도는 이전 1년 같은 기간보다 190% 증가했는데요. 특히 7월 말(7월 19~26일) 최고치인 100을 기록한 뒤 지난달 말(8월 23~30일) 91을 기록하며 관심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급상승 검색어로는 '생새우회 제철', '노량진 수산시장', '생새우 손질법' 등 키워드가 순위권에 올랐습니다.

새우는 해마다 가을이면 찾는 제철 음식이지만, 최근에는 생새우를 손질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먹는 과정이 SNS 콘텐츠로 확산하면서 관심이 한층 커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생새우와 함께 가을을 대표하는 먹거리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무화과와 전어·꽃게를 비롯해 밤과 고구마, 홍시 등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이 SNS를 채우고 있는데요. 식품·외식업계도 이러한 관심에 맞춰 가을의 맛을 담은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달 14일 '촉촉한 밤 생크림 케이크'와 '부드러운 고구마 생크림 케이크'를 출시했습니다. 촉촉한 밤 생크림 케이크에는 밤 원물과 마롱 스프레드를 넣었고, 부드러운 고구마 생크림 케이크에는 고구마 크림과 카스텔라 가루를 활용했습니다. 두 제품 모두 홀케이크와 함께 크기를 줄인 쁘띠 사이즈로 선보여 1~2인 디저트 수요까지 겨냥했죠.

대전 대표 베이커리인 성심당은 20일부터 전남 영암산 무화과를 활용한 시즌 한정 케이크 '무화과시루'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케이크 위에 생무화과를 가득 올린 제품으로, 앞서 판매하던 블루베리시루가 종료되자 제철 과일에 맞춰 무화과시루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습니다. 판매 시작 전부터 출시 소식이 SNS에서 공유되는 등 매년 제품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소비자도 늘어난 모습입니다. 여기에 무화과롤까지 준비되면서 가을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죠.

무화과를 활용하는 방식도 한층 다양해졌습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무화과 리플잼과 잠봉·리코타 치즈·루꼴라를 조합한 '무화과 잠봉 루꼴라 샌드위치'를 가을 푸드로 선보였고요.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더플레이스는 생무화과를 활용한 '무화과 리코타 샐러드'와 얼그레이를 더한 '무화과 티라미수'를 출시했습니다. 서울신라호텔은 버번위스키에 무화과와 마스카포네 치즈 폼을 조합한 칵테일 '피그 벨벳 베일'을 시즌 한정으로 내놨죠. 케이크에 집중됐던 무화과 메뉴가 샌드위치와 샐러드, 주류까지 확장된 겁니다.

할리스도 26일 홍시와 곶감·배·모과·흑임자 등 한국적인 식재료를 활용한 가을 메뉴 5종을 출시했습니다. 홍시와 곶감을 조합하고 찹쌀떡을 올린 '호감 스무디'를 비롯해 '모과배차', '흑임자 라이스 할리치노', '흑임자 버터크림 라떼', '흑임자 초코 롤케이크' 등입니다. 익숙한 제철 식재료에 새로운 조리법과 비주얼을 더해 카페 메뉴로 재해석한 게 특징입니다.

봄에는 봄동과 알주꾸미, 여름에는 초당옥수수와 토마토·복숭아가 주목받았다면 이제 생새우와 무화과·밤·고구마가 그 자리를 넘겨받았습니다. 특정 음식의 인기는 한철에 그치지만, 계절마다 새로운 재료를 찾아 먹고 기록하는 흐름은 계속 이어지고 있죠.

▲(출처=스타벅스 코리아)

한낮 30도인데…유통가 시계 빨라졌다

가을 먹거리가 등장하는 시점은 실제 계절보다 빨라지고 있습니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며 무더위가 이어졌던 지난달 중순부터 밤과 고구마 케이크가 카페 진열장을 채웠고, 가을 제철 과일인 무화과를 활용한 제품도 잇달아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통상 8월 말부터 본격화하던 카페업계의 가을 신메뉴 경쟁이 올해는 입추 직후로 당겨진 모습입니다.

여기엔 원물의 출하 시기가 빨라진 영향도 있습니다. 올해 고구마는 고온다습한 날씨로 수확 시기가 예년보다 약 2주 앞당겨졌는데요. 농협 하나로마트는 7월 30일부터 2026년산 햇고구마 판매를 시작했고, 롯데마트도 지난달 초 국산 품종인 '호풍미'와 '진율미'를 할인 판매했습니다. 가을 식재료가 일찍 시장에 풀리면서 이를 활용한 디저트의 출시도 함께 빨라진 겁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가을 상품을 일찍 내놓을수록 판매 기간을 늘리고 계절 수요를 먼저 확보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특정 계절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 메뉴를 선점하면 매년 반복되는 수요까지 노릴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스타벅스 코리아가 2019년 처음 출시한 '블랙 글레이즈드 라떼'입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매년 가을이면 이 메뉴를 재출시하며 반가움을 자아내는데요. 지난해까지 누적 2600만잔이 판매됐습니다. 한철 메뉴가 해마다 재구매를 불러오는 브랜드의 계절 자산으로 자리 잡은 사례입니다.

SNS도 유통가의 시계를 재촉합니다. 특정 제철 음식이 화제가 되면 먹어본 후기와 조리법, 판매처를 찾는 콘텐츠가 한꺼번에 늘어나는데요. 유행이 빠르게 번지는 만큼 업체들은 실제 날씨가 바뀔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소비자가 계절을 기대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맞춰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계절이 와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신제품으로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모습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금 아니면 1년 뒤…제철은 강력한 한정판

제철코어의 힘은 한정판과 닮았습니다. 굳이 생산 수량을 제한하지 않아도 맛과 품질이 가장 좋은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인데요. 판매가 끝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일반적인 한정판과 달리, 매년 비슷한 시기 돌아온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기다림과 익숙함, 짧은 판매 기간이 동시에 구매를 자극하는 셈이죠.

계절이 주는 변화 자체가 제철코어를 찾는 이유로 꼽혔습니다. 지난해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55.3%는 제철 음식이나 활동을 즐기는 이유로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운 즐거움과 활력을 얻을 수 있어서'를 선택했는데요. '다른 계절에는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어서'라는 응답은 52%, '딱 그때만 할 수 있는 희소한 경험이어서'라는 응답은 48.9%였습니다. 특정 계절에만 즐길 수 있는 경험은 더 가치 있다는 데에도 76.1%가 동의했죠.

제철을 즐기는 대상도 음식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제철코어를 경험하는 방식으로 자연환경을 즐기는 활동을 꼽은 비율이 55.8%로 가장 높았고, 계절에 맞는 스타일링이 49.9%,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가 48.3%로 뒤를 이었습니다. 봄에는 벚꽃 명소를 찾고 여름에는 제철 과일을 먹는가 하면, 가을이 오면 옷차림과 음식·여행지를 함께 바꾸는 식입니다. 계절 전체를 하나의 콘텐츠처럼 경험하고 소비하는 흐름입니다.

SNS는 개인의 제철 경험을 다른 사람의 소비 목록으로 확산시킵니다. 누군가 올린 복숭아나 무화과, 생새우 사진은 단순한 식사 기록을 넘어 '지금 먹어야 할 것'을 알려주는 계절의 달력처럼 작동하는데요. 같은 음식을 먹고 사진과 영상을 남기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다음 소비자가 유입되고, 계절이 바뀌면 새로운 품목이 그 자리를 채우는 구조입니다. 하나의 유행이 끝나도 제철코어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죠.

기후변화로 계절의 경계가 흐려진 현실도 제철 경험의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폭염이 길어지고 작물의 수확 시기와 품질이 달라지면서 익숙했던 계절을 제때 누려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생새우 철이 지나면 겨울 방어와 딸기, 붕어빵이 다시 SNS를 채울 겁니다. 유행의 주인공은 계절마다 달라져도 지금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을 놓치지 않으려는 소비는 계속됩니다. 제철은 매년 돌아오지만, 올해의 계절은 한 번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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