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ㆍ메타도 AI 투자 위해 조직 축소
하이퍼스케일러 투자 7300억달러로
불황형 아닌 ‘AI 투자' 위한 감원 확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매출과 순이익 증가에도 잇따라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실적 악화에 따른 전통적인 ‘불황형 감원’과 달리, 인건비와 조직 운영비를 줄여 AI와 데이터센터 등 미래 성장 사업에 투입할 재원을 확보하려는 ‘투자형 감원’이 확산 중이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전체 직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33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다. 관리자도 20% 줄이는 등 조직 전반의 보고와 의사결정 단계를 단순화한다는 게 우버의 목표다.
우버가 실적 부진에 빠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아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언론을 통해 “회사 매출은 최근 5년여 사이 약 3배로 늘었다”며 “사업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관리 단계가 늘어나고 조직 간 조정 업무와 책임 분산 등 비효율도 커졌다”고 감원 배경을 설명했다.
감원으로 확보한 자금은 미래 먹거리에 투입한다. 우버는 앞으로 자율 주행차 분야에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알파벳의 웨이모가 로보 택시 서비스를 확대하고 테슬라 역시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기존 차량 공유 플랫폼의 지위를 지키려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시티뱅크의 로널드 조시 애널리스트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우버가 연간 약 8억2500만달러(약 1조1500억원)를 절감할 것으로 추산하면서 “이번 조치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우버의 AI 투자에 따른 효율성 향상 덕분에 가능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절감된 자금은 로보 택시 배치 확대 등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버만의 현상도 아니다. AI 투자 경쟁에 뛰어든 미국 빅테크들은 사업이 성장하는 상황에서도 조직을 줄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7월 전체 인력의 약 2.1%인 48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미국 직원 약 9000명을 대상으로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도 제시했다. 핵심 클라우드 사업인 애저(Azure)가 AI 수요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들어가는 돈은 더 빠르게 늘고 있다. MS는 올해 투자 규모를 약 1900억달러로 전망했다.
길 루리아 D.A.데이비슨 매니징디렉터는 "MS는 AI 투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인력을 줄여왔다"며 "직원 수를 억제함으로써 마진을 유지하면서 매출 증가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메타도 비슷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지난 5월 전체 직원의 약 10%인 8000명 안팎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추가 감원 가능성도 열어뒀다. 메타는 2025년 매출이 2000억달러를 넘어섰고 순이익도 약 600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과거 ‘효율성의 해’를 선언하며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던 2022~2023년보다 재무 상태가 훨씬 안정적이다.
그럼에도 마크 저커버그 CEO는 AI를 중심으로 회사를 재편하고 있다. 관리 단계를 줄이는 동시에 엔지니어들을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어플라이드 AI’ 조직으로 이동시키는 등 기존 인력을 미래 사업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로이터는 저커버그가 AI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회사의 조직과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오라클도 2026회계연도에 직원 약 2만1000명을 줄였다. 전체 인력의 13%에 달한다. 회사가 구조조정에 지출한 퇴직금과 관련 비용만 18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오라클은 동시에 오픈AI와 메타 등과 대규모 데이터센터 계약을 체결하며 AI 클라우드 사업 확장에 나섰다.
문제는 AI 인프라에 들어가는 자금 규모가 기존 빅테크의 현금 창출 능력을 압도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가 LSEG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MS와 알파벳,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자본 지출 전망치는 1월 약 4850억달러에서 7월 약 7300억달러로 불어났다.
결국 최근 빅테크의 감원은 '사람을 줄여 이익을 지키는' 전통적인 구조조정에서 '사람을 줄여 미래에 투자하는' 자본 재배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AI가 기업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떠오른 동시에 그 엔진을 돌리는 비용 역시 전례 없이 커지면서, 호실적을 내는 기업조차 인력과 조직을 다시 짜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퓨처럼 에쿼티스(Futurum Equities)의 셰이 볼루어 수석 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은 AI가 빅테크의 사업모델을 얼마나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매출이 자본투자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는 자산경량형 플랫폼으로 평가받았지만, 이제 소프트웨어와 광고, 클라우드 사업이 거대한 물리적 인프라 투자에 의존하는 혼합형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