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후유증에 위축된 광물개발…민간 지원만으론 한계 [광물전쟁上-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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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공사 부실에 직접투자 기능 폐지
민간 지원에 그쳐 국가 주도 개발 공백

희토류와 리튬 등 핵심광물은 반도체·이차전지·방위산업을 움직이는 전략자산이다. 중국을 비롯한 자원보유국이 광물을 외교·안보의 무기로 활용하면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는 국가의 생존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국은 높은 수입 의존도에도 비축과 해외개발, 정·제련, 재활용을 잇는 대응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국내 핵심광물 정책과 법·제도의 빈틈, 해외자원 개발이 위축된 배경을 짚고 경제를 넘어 안보의 관점에서 공급망 해법을 모색한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과거 해외자원 개발사업의 대규모 손실이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내 핵심광물 확보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가 실패로 규정된 뒤 공공기관의 해외자원 개발 기능이 대폭 축소되면서 정부가 직접 광산을 발굴하고 투자할 수 있는 수단도 사실상 사라졌다. 자원안보 위기가 커지고 있지만 과거 실패의 그림자에 갇혀 탐사·개발 역량을 되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광해광업공단(전 한국광물자원공사)은 약 8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자산은 약 4조원으로 모든 자산을 처분해도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재무 악화의 뿌리는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추진한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집계한 광물자원공사의 부채는 2015년 말 4조6206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원 가격 하락과 생산 차질, 사업비 증가가 겹치면서 해외자산 가치가 급락했고 2016년부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결국 정부는 2021년 광물자원공사를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해 광해광업공단을 출범시켰다.

국내외 광물 탐사와 자원개발 투자는 2014년을 전후해 급격히 위축됐다. 당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광산의 예상 수익성이 나빠진 데다, 정권 교체 이후 자원외교가 대표적인 정책 실패로 낙인찍힌 정치적 영향도 컸다. 광물자원공사는 조직과 해외자원 개발 기능을 단계적으로 줄였고 신규 직접투자 기능도 차단됐다.

그 여파로 현재 광해광업공단은 직접 해외 광산을 인수하거나 개발하기보다 민간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다. 올해 해외자원 개발 기초조사에 20억9000만원, 협력탐사에 4억9000만원을 편성하고 핵심광물 사업의 탐사비를 최대 90%까지 지원하지만 실제 투자와 개발 여부는 기업의 판단과 역량에 달렸다. 국가의 자원안보를 민간의 사업성 판단에 기대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광물 탐사는 초기 조사부터 상업 생산까지 장기간이 걸리고 성공 가능성도 낮다.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국제 가격이 급락하면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 개별 기업이 전적으로 위험을 부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수익성이 낮은 광물을 사업성만으로 투자를 결정할 경우 공급망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때문에 산업계 일각에서는 국가안보에 필요한 광물만큼은 정부가 위험을 분담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4일 황영식 광해광업공단 사장에게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의 중심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물었다. 황 사장은 “10여년 전 정부의 무리한 해외자원 개발 투자로 엄청난 손실을 겪었고 이후 사실상 손발이 묶였다”며 “그 상태가 10년 이상 이어지면서 기능도 많이 축소됐다”고 답했다.

국내 정·제련 시설을 구축하는 데 따르는 높은 비용과 환경규제도 광물 내재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리튬 등을 들여와 직접 정·제련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비용 부담과 환경규제로 사업화가 쉽지 않았다”며 “결국 정·제련 비용이 낮은 중국 등에서 가공된 소재를 수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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