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억 적자서 작년 영업익 181억 흑자…에비타 4배 '껑충'
"끝까지 책임진다"…공개매수용 자기자금 1150억 추가 투입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2017년 인수한 락앤락이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지만, 동남아 중심의 글로벌 영토 확장으로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단기 차익 실현에 연연하지 않고,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을 끝까지 책임지는 어피니티 특유의 '뚝심 경영'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락앤락은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하며 성장 국면에 집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적 성장의 원동력은 동남아시아 시장이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권역에서 올해 1978년 창사 이래 역대급 실적을 나란히 경신 중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동남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2% 급증했다. 상반기 기준 동남아 시장의 최근 3개년 연평균 성장률(CAGR) 역시 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락앤락의 권역별 매출 비중은 한국 29%, 동남아 24%, 중국 23% 순으로, 동남아가 중국을 제치고 회사의 핵심 성장 동력이자 최대 캐시카우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동남아 시장의 성장 배경에는 현지화와 프리미엄화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베트남에서 8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확고한 국민 브랜드로 안착한 성공 방정식을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으로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동남아 기후와 오토바이 이동 문화를 정밀하게 겨냥해 개발한 '버킷 텀블러' 등 맞춤형 상품이 현지 2030 세대를 사로잡았고, 주요 쇼핑몰 및 쇼피(Shopee) 등 이커머스 채널에서 '프리미엄 생활용품'으로 포지셔닝하며 중산층의 필수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단순 밀폐용기 회사를 넘어 가정생활용품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포지셔닝에 성공했다. 미국 시장 역시 20여 년간 미국 최대 홈쇼핑 채널 QVC를 통해 다져온 탄탄한 인지도를 발판 삼아 대형 리테일로 판로를 넓히며 올 6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같은 성장은 혹독한 체질 개선과 운영 효율화가 밑바탕이 됐다. 어피니티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삼중고가 겹치자 설비 보유 부담을 덜어내는 '자산 경량형(Asset-Light)' 구조로 과감히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했다.
한국 안성공장을 매각하고, 국내외 검증된 전문 외주 파트너 체제로 전환했으며, 중국 심천·북경 등 비효율 판매법인 청산과 소주 생산공장 지분 매각을 완료했다. 생산 설비 부담은 덜어내되 제품 설계와 브랜드는 내재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동시에 핵심 카테고리에 자원을 집중해 전체 품목 수(SKU)를 50% 감축했다. SKU 단위의 손익 관리와 수요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재고운전자본을 정상화했다. 그결과 2023년 초 211일에 달했던 재고자산 회전일수(Inventory turnover days)는 지난해 말 132일로 대폭 단축되며 묶여 있던 현금 창출력이 회복됐다. 매출총이익률은 2023년 35.6%에서 지난해 42.1%로 6.5%포인트 상승했다. 손익분기점(BEP)이 구조적으로 낮아져, 향후 매출증가가 이익 증가로 더 크게 연결되는 구조를 확보한 셈이다.
연결 실적도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2023년 연결 기준 21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락앤락은 지난해 1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단 2년 만에 392억원에 달하는 손익 개선을 일궈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비타) 역시 2023년 77억원에서 2025년 392억원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에비타는 500억원 이상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락앤락의 부활은 국내 PEF 업계 전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상 PEF가 피투자기업의 실적 부진에 직면하면 추가 투자를 중단하고, 무리한 고배당이나 자산 매각으로 원금 회수에만 급급한 것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2017년 락앤락을 인수한 어피니티는 회사가 위기에 직면했던 순간에도 단기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노린 배당금의 기관투자자(LP) 분배를 단행하지 않고, 회사 내 유보 및 재무 건전성 강화에 집중했다. 오히려 2024년 장기적 관점에서 신속하고 유연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위해 약 1150억원의 자체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 상장폐지에 성공했다. 소액주주에게는 프리미엄이 반영된 매도 기회를 제공하고, 회사는 단기 분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장기적 밸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어피니티는 단기 차익이나 무리한 구조조정에 의존하는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니라, 피투자기업의 펀더멘털을 끝까지 책임지고 본질적 성장을 이끄는 글로벌 탑티어 하우스의 면모를 보여줬다"며 "락앤락의 환골탈태와 동남아 및 글로벌 시장에서의 고성장은 PEF 주도의 밸류업 모범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