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 네 차례 막아선 쿠팡…美 ‘기업 차별’ 주장에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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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할인 비용 납품업체 전가 의혹…직권조사 취소소송·집행정지 신청
쿠팡 “7일 전 통지 의무” vs 공정위 “공정거래법 준용해 예외”
대법원까지 가면 3~4년 걸릴 수도…조사 거부 제재는 과태료 2억원

▲쿠팡 사옥 (뉴시스)

납품업체에 할인 비용을 떠넘겼다는 의혹을 받는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네 차례 거부하고 직권조사 취소소송까지 제기했다. 이전에는 같은 법 위반 조사에 응했던 쿠팡이 미국 정치권의 ‘미국 기업 차별’ 주장이 나온 뒤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공정위 조사 방식 자체가 법정 판단을 받게 됐다. 소송이 대법원까지 이어지면 관련 조사가 3~4년간 표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이달 19일부터 28일까지 쿠팡을 현장 조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쿠팡은 조사 사실을 사전에 통지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19일부터 24일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현장 조사를 시도했지만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쿠팡은 공정위의 직권조사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공정위는 24일 소송 제기 사실을 확인한 뒤 현장에서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맞서는 핵심은 현장 조사 전 통지 의무다. 행정조사기본법 17조는 행정기관이 현장 조사를 실시하려면 원칙적으로 조사 시작 7일 전까지 조사 대상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쿠팡은 공정위가 조사 근거로 삼은 대규모유통업법이 행정조사기본법 적용 제외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7일 전 통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행정조사기본법은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등 공정위 소관 8개 법률을 적용 제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대규모유통업법은 명시하지 않고 있다.

쿠팡은 두 법률의 제정 시기 차이도 근거로 든다. 행정조사기본법은 2007년 제정됐지만 대규모유통업법은 2011년 만들어졌다. 2015년 제정된 대리점법도 행정조사기본법 적용 제외 법률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공정위의 해석은 다르다. 대규모유통업법 38조가 공정위의 조사와 의견 청취 등에 공정거래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행정조사기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상 조사 절차가 준용되기 때문에 행정조사기본법보다 우선하는 특별 규정이 있다는 논리다.

공정위는 행정조사기본법이 적용된다고 보더라도 증거 인멸 우려가 있으면 사전 통지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이런 해석을 토대로 유통업체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을 사전 통지 없이 조사해 왔다. 쿠팡도 이전에는 같은 방식의 현장 조사를 거부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올해 2월 쿠팡이 목표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납품업체에 납품단가 인하와 광고비 부담 등을 요구했다며 과징금 21억8500만원을 부과했다. 당시 쿠팡은 공정위의 현장 조사에 응했다.

쿠팡의 태도가 달라진 배경을 두고 미국 정치권의 문제 제기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인 소유 기업을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강압적인 조사 방식도 차별 대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 정치권의 문제 제기와 쿠팡의 조사 거부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다.

쿠팡의 조사 거부로 공정위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쿠팡의 조사 거부를 두고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철저히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제는 대규모유통업법상 현장 조사 거부에 부과할 수 있는 제재가 최대 과태료 2억원에 그친다는 점이다. 제재 수위가 낮아 다른 업체에서도 비슷한 대응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고법은 쿠팡의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해 9월 23일까지 공정위의 직권조사 결정 효력을 잠정 정지했다.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최종 판단에 앞서 조사 효력을 일시적으로 멈춘 것으로, 재판부는 9월 2일 심문을 열어 쿠팡과 공정위 양측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집행정지 여부가 1~2주 안에 결정되더라도 본안 소송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한쪽이 불복해 대법원까지 다툴 경우 최종 결론까지 3~4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규모유통업법에도 행정조사기본법이 적용된다는 법원 판단이 확정되면 공정위는 향후 같은 법 위반 현장 조사에서 원칙적으로 7일 전에 조사 사실을 알려야 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증거 인멸 우려 등 사전 통지 예외 사유가 인정되는지는 별도의 쟁점이다.

공정위는 사전 통지가 의무화되면 조사 대상 업체가 자료를 없애거나 숨길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현장 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당 일각에서는 대규모유통업법을 행정조사기본법 적용 제외 대상에 명시하는 법 개정 필요성도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현재 법 개정을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쿠팡 이외 업체에 대한 현장 조사는 기존 방식대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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