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6~7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락을 두고 “인공지능(AI) 성장 서사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단기간 급등 이후 나타난 조정이 과도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27일 서울 논현동 삼익아트홀에서 열린 ‘와이즈포럼’에서 “6~7월 주가가 많이 밀린 것은 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내 증시의 급락을 글로벌 증시 전반의 위기보다는 메모리 반도체주에 집중된 조정으로 해석했다.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연중 고점 대비 한국 시장의 낙폭이 유독 컸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유사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역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6~7월에 나타났던 조정은 반도체 주식이 무너진 것”이라며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기 때문에 두 종목이 무너지자 시장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고 짚었다.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의 핵심은 현재 실적보다 이익의 지속 가능성이라고 봤다. 메모리 업체가 당장 높은 이익을 내더라도 AI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하이퍼스케일러가 높은 반도체 가격을 계속 감당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반도체 주식이 떨어진 것은 이익이 나빠져서가 아니다”며 “잘 버는데도 이것이 지속 가능하냐는 걱정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AI 성장 서사가 훼손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가 AI 산업의 중심에 있는 상황에서 엔비디아 주가와 실적이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최근 상황이 2025년 1분기와 닮았다는 분석이다.
당시에도 엔비디아의 새로운 아키텍처인 블랙웰에 대한 불확실성과 중국 딥시크의 등장, 금리 상승 등이 겹치며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크게 조정받았지만 이후 AI 투자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확장되면서 주가가 다시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현재도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베라 루빈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중국 AI 업체의 위협,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지속 가능성, 금리 상승 등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이런 점에서 현재 조정이 과거와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AI가 망가지는 상황을 6~7월에 상상했지만 엔비디아 실적을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주식을 들고 물려 있다면 좀 견디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이전과 같은 가파른 상승세가 곧바로 재현되기보다는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며 회복하는 흐름을 예상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공급 증가로 이어지고, 다시 반도체 가격과 이익을 끌어내리는 업종 특성 때문에 구조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아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반도체주를 판단할 핵심 지표로는 실적 추정치와 주주환원을 제시했다. 특히 이익 추정치가 본격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시점을 ‘1차 경계 시점’으로 보고, 장기 공급계약과 주주환원 확대 여부도 주가 향방을 좌우할 변수로 꼽았다.
시장 변동성 역시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 센터장은 올해 코스피 지수가 하루 5% 이상 오르거나 내린 날이 이례적으로 많았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 확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들었다.
AI 기업에서도 극단적인 주가 등락이 반복되고 있다. 발표 자료에서는 중국을 대표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 기업 중 하나인 지푸AI가 1월 상장 이후 6월까지 1974% 급등한 뒤 경쟁사 문샷AI가 가성비 모델 ‘키미 K3’를 내놓자 63.5% 급락한 사례를 제시했다.
김 센터장은 “지금 AI는 우리가 안 가본 길”이라며 “오픈AI와 제미나이, 앤트로픽 가운데 누가 승자가 될지, 중국의 가성비 모델이 얼마나 성장할지 등을 지금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있다고 보지만 이런 주식에 내 재산을 올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견딜 수 있는 포지션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 자체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한국 증시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해 왔고 외환위기 이후 코스피 지수가 2년 연속 하락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 역시 1928년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상승한 해가 하락한 해보다 훨씬 많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수의 장기 상승을 개별 종목의 상승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좋은 기업을 골라 장기간 보유하면 지수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종목 선택이 틀리면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별주 투자자에게는 재무제표 분석과 가치평가 능력을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개별 주식 투자는 재무제표를 볼 수 있어야 하고 가치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투자자가 기업의 적정 가치를 판단할 기준 없이 주가 흐름에만 따라갈 경우 상승한 종목은 너무 일찍 팔고 부진한 종목은 손실을 확정하지 못한 채 장기간 보유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개별 기업을 분석할 자신이 없다면 인덱스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장 전체에 장기간 투자하면서 배당을 재투자하는 방식이 투자자의 판단 오류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주식만 사고 싶다면 인덱스를 사라”며 “개별 주식을 사는 것은 삼성전자일지라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의 기회는 버스와 같다. 지나가면 또 온다”며 단기적인 상승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조급함보다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시장에 오래 머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