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시스템, ‘3000억 영구채’ 1000억 줄이고 ‘반쪽 CB’ 타협

기사 듣기
00:00 / 00:00

3000억 영구채 추진서 ‘영구채 1000억+일반CB 1000억’ 축소 발행
상반기 523억 영업적자·단기부채 1.8조 압박…최규옥 800억 털고 美 증설비 충당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코스닥 상장사 서진시스템이 총 200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투자은행(IB) 업계를 중심으로 거론되던 애초 30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신종자본증권) 단독 조달 계획에서 발행 총액이 1000억원 축소된 데다, 자본인정 영구채와 일반 사모 CB를 각각 1000억원씩 절반씩 쪼개 발행하는 절충안을 택했다. 올 상반기 영업적자 전환과 베트남 세무 리스크로 투자 심리가 냉각되자 발행 조건을 수정해 만기 도래 단기차입금 상환과 미국 설비투자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진시스템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제39회(375억원), 제40회(675억원), 제41회(625억원), 제42회(325억원) 사모 전환사채 발행을 결의했다. 4개 트랜치(Tranche)를 합친 총 조달 규모는 2000억원이다.

이번 조달의 핵심은 발행 구조의 ‘후퇴’와 ‘이원화’다. 서진시스템은 200%를 넘어선 부채비율 상승을 방어하고 미국 시설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전액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30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 발행을 추진해 왔다. 다만 회사와 시장 환경 변화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자 자본 인정 영구 CB 1000억원(39회ㆍ41회)과 부채로 잡히는 일반 사모 CB 1000억원(40회ㆍ42회)으로 구조를 나누고 전체 발행액도 1000억원 줄였다.

영구채 투자에 보수적인 기관들을 위해 일반 CB 트랜치에는 2년 후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과 시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하향 조정(최초의 80%인 2만9560원 한도) 조항을 부여했다. 반면 영구채는 만기 30년(회사 연장 가능)에 시가 하락 리픽싱을 배제한 대신 기준주가 대비 10% 할인(3만3255원)을 적용하고, 발행 4년 후 금리가 4%p(포인트) 뛰고 매년 1%p씩 추가 가산되는 단계적 금리 인상(스텝업) 조항을 얹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발행 구조에 대해 “현 시장 환경과 회사의 성장 전략에 맞춰 발행 규모를 결정한 것”이라며 “영구채 1000억원은 재무구조 강화 및 ESS·반도체 장비 제조시설 설비투자와 원자재 매입에 활용하는 구조이며, 일반 사모 CB 1000억원은 설비투자를 위해 사용된 고비용 차입금을 상환해 이자비용 절감과 재무건전성 제고 목적으로 구분해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초 목표 대비 조달 규모가 축소된 점에 대해서는 “필요한 시설투자 자금과 운영자금을 대부분 마련했다고 판단하며, 현재 계획 중인 추가 조달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조달하는 2000억원 중 절반인 1000억원은 단기 차입금 상환에 전액 투입된다. 특히 오스템임플란트 창업자인 최규옥 회장과의 차입 거래 정리가 눈에 띈다. 서진시스템은 5월과 6월 유동성 압박 국면에서 최 회장 개인으로부터 연 6.5%의 이자율로 총 800억원(5월 675억원, 6월 125억원)을 단기 차입했다. 이번에 발행하는 40회 CB(675억원)와 42회 CB 중 125억원을 합친 800억원이 최 회장 개인 차입금 변제에 쓰인다. 나머지 200억원은 다올저축은행(78억원), 더케이저축은행(50억원), 록브릿지제일차(50억원), 롯데카드(22억원) 등의 단기 차입금을 상환한다.

동시에 최 회장의 장남 최인국 씨가 최대주주(지분 59%)로 있는 법인 네오영은 41회 영구 전환사채 300억원을 인수하기로 했다. 최 회장 개인의 단기 채무를 변제해 주는 대신, 가족 법인을 통해 자금의 일부를 영구채 형태로 재투자하는 형태가 갖춰졌다.

채무상환을 제외한 1000억원 중 700억원(39회 375억원, 41회 325억원)은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반도체 장비 제조시설 설비 투자에 투입되며, 300억원(41회)은 원자재 매입 등 운영자금으로 쓰인다.

서진시스템이 조건 변경을 감수하면서까지 메자닌 발행에 나선 배경에는 급격한 실적 악화와 단기부채 부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진시스템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69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9% 증가했으나, 영업손익은 52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반기순손실은 607억원에 달한다.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원가율 상승과 판관비 부담이 수익성을 훼손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상반기 영업손실의 주된 원인은 미국 휴스턴 ESS 전용 조립공장의 가동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진 영향”이라며 “7월부터 휴스턴 공장과 인디애나 공장이 본격 가동됨에 따라 3분기 이후 손익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베트남 세무 이슈가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줬다. 서진시스템은 베트남 하노이 세관 총국으로부터 수입 부가가치세 1212억원 및 지연 가산금 385억원 등 총 1598억원 상당의 부과 통지를 받았다. 회사는 이 중 1212억원을 납부하고 2차 이의신청을 진행 중이나, 이로 인해 상반기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351억원으로 악화됐다. 세무 대응에 대해 사측은 “현재 현지 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상반기 말 기준 서진시스템의 연결 총부채는 2조441억원이며,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는 1조8761억원이다. 부채비율은 206.2%까지 상승했다. 서진시스템은 1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자본으로 산입하고 1000억원의 단기부채를 차환ㆍ상환하면서 급한 유동성 불을 끄고 부채비율 상승세를 일정 부분 억제하게 됐다.

다만 재무적 부담이 향후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영구채 1000억원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4년 뒤 스텝업 조항이 발동되면 표면금리가 연 6.0%로 오르고 매년 1%p씩 추가 가산된다. 일반 CB 1000억원 역시 2년 뒤 주가가 전환가(3만6950원)를 밑돌 경우 풋옵션 행사가 발생할 수 있다.

스텝업 금리 인상과 풋옵션에 대비한 중장기 상환 로드맵에 대해 회사 측은 “현 시점에서는 드릴 수 있는 답변이 제한적”이라며 말을 아꼈다. 결국 서진시스템이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본격 가동에 들어간 미국 휴스턴ㆍ인디애나 공장의 북미 수주를 가시화하고, 상반기 훼손된 영업이익률을 조속히 회복하느냐가 향후 메자닌 상환 부담을 덜어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