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펴낸 박준 시인 "오독이 가장 자유롭게 허용되는 장르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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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의 산문집 ‘기쁨에도 슬픔에도 아랑곳없이’
한국 현대시 100년을 67명의 시인과 함께 읽다

▲26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기쁨에도 슬픔에도 아랑곳없이'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시인 박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난다)

시인 박준이 지난 한 세기의 한국시를 따라가며 자신의 독서 경험을 덧댄 산문집 ‘기쁨에도 슬픔에도 아랑곳없이’를 펴냈다. ‘박준의 시를 읽는 마음’을 부제로 단 책에는 박준을 포함한 시인 67명의 시 68편과 그의 산문 67편이 함께 실렸다. 박준이 산문집을 내놓은 것은 2021년 ‘계절 산문’ 이후 약 5년 만이다.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박준은 수록 시인을 추린 기준에 대해 “좋아하는 시인일 것, 그리고 좋아하지 않아도 좋은 시를 쓴 시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00년 동안 활동했던 수많은 시인 가운데 혀를 깨무는 심정으로 넣지 못한 이들이 더 많다”고 했다.

수록 순서는 시인들이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삼아 전체를 5부로 묶었다. 첫머리에는 1896년생 김명순의 ‘유언’을 놓았고, 김소월·정지용·김영랑·백석·윤동주·김수영·신경림·최승자·기형도·한강·황인찬 등을 거쳐 1995년생 김남주까지 이어진다. 1부 ‘삼킨 말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법’에는 김명순·김억·조운에서 윤동주에 이르는 12명의 시와 그에 이어지는 산문을 묶었다.

박준은 “1부에 가장 공을 많이 들였다”며 “이 시대 시인들은 선배라고 할만한 이들이 없는 시대, 암흑 같은 곳에서 첫발을 디딘 시인”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책 '기쁨에도 슬픔에도 아랑곳없이' 표지 (난다)

책은 시의 의미를 하나의 답으로 풀이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박준은 다른 시인의 작품을 읽은 뒤 그때 떠오른 기억과 생각을 자신의 산문으로 이어간다. 가령 이원수의 ‘찔레꽃’ 뒤에 놓인 ‘그 붉은 사탕 물’에서는 시에서 출발한 감상이 어린 시절 누나에 얽힌 기억으로 번져간다. 시를 분석해 독자에게 해답을 건네기보다 한 편의 시를 읽은 마음이 어디로 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박준은 “시를 읽고 어떻게 해석하고 분석할지를 보여주는 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상은 그야말로 자유로운 것이고 오독이 가장 자유롭게 허용되는 장르가 시가 아닐까. 다양한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다만 “‘어떤 결을 가지고 산문이 이어졌구나’ 정도는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산문 쓰기의 원칙이었다”고 덧붙였다.

책 곳곳에는 어렵다는 이유로 시와 거리를 두는 독자에게 건네는 박준의 생각도 담겨 있다. 난해한 시를 반드시 이해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기보다 낯선 사람을 바라보거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듯 마주하는 태도에 가깝다. 시를 읽는 일을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저마다 다른 생각과 감상을 펼칠 수 있는 경험으로 바라보는 셈이다.

박준은 2008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마중도 배웅도 없이’과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계절 산문’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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