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을 걸어 잠근 자동차는 바깥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작은 방과도 같다. 그런데 아무도 들어올 수 없다는 조건이 오히려 죽음의 비밀을 감추는 장치가 된다면 어떨까. 황정은의 신작 ‘배가본드 X 밀실의 죽음’은 차박용 SUV에서 잇따라 벌어지는 의문의 사망 사건을 좇는다. 피해자가 발견된 차량은 안에서 잠겨 있고 외부인이 드나든 흔적도 없어 경찰은 사고와 자살, 범죄 가능성을 두고 혼란에 빠진다.
석류도에서 시작된 죽음은 비취만과 명천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되풀이된다. 장소와 피해자는 서로 다르지만 사건마다 지나치기 어려운 공통점이 발견되면서 경찰은 합동수사본부를 꾸린다. 개별 사건으로 보였던 죽음들이 하나의 연쇄 범죄일 가능성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수사는 닫힌 차량 안에서 어떻게 범행이 가능했는지를 밝히는 쪽으로 향한다.
사건의 실마리를 좇는 인물은 석류도 사건을 맡았던 지 형사다. 그는 CCTV에 남은 렌터카의 행적과 캠핑 동호회 게시물, 자동차의 여러 기능과 인물들의 행동을 차례로 살핀다. 무관해 보였던 흔적들은 서로 맞물리며 범인의 실체로 이어진다. 작품은 과학적 원리를 활용한 수수께끼와 집착과 강박에 사로잡힌 범인의 심리를 함께 따라간다.
황정은은 ‘가나다 살인사건’으로 2020년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살인 오마카세’, ‘개구리 정원의 살인’을 펴냈으며 ‘개구리 정원의 살인’은 2026년 문학나눔 도서에 선정됐다. 신작은 추리소설의 익숙한 장치인 밀실을 자동차로 옮겨 흩어진 사건과 단서가 하나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논리를 따라 범인을 좇는 추리의 재미에 연쇄 사건 특유의 긴장감을 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