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지어도 된다더니⋯과천 주암 ‘뒤늦은 규제’에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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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지구계획 믿고 추진했는데
시의회 ‘300m 이격거리’ 규제
기존 사업도 ‘소급 적용’ 논란
“예견된 갈등⋯입지 기준 정비해야”

▲과천 주암지구 데이터센터 사업 예정지 전경. (김지영 기자 kjy42)

과천 주암지구 원주민들이 데이터센터 개발을 둘러싼 과천시의회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승인한 지구계획에 따라 업무시설용지를 공급받아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과천시의회가 데이터센터를 주거지와 최대 300m 떨어뜨리도록 하는 조례 개정에 나서면서다. 이미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한 사업에도 새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뒤늦은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과천시의회와 과천주암 대토지주협의회 등에 따르면 시의회는 최 '과천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은 27일 임시회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데이터센터와 주거지역·주택 사이에 일정한 이격거리를 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계약전력 5MW 이상 데이터센터는 부지 경계에서 300m, 5MW 미만은 200m 이내에 주거지역이나 주택이 있을 경우 개발행위허가를 제한하는 게 골자다. 같은 부지에 여러 시설이 들어설 경우 계약전력을 합산한다.

조례 개정이 예고되자 과천 주암지구 대토보상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대토보상은 공익사업으로 토지가 수용될 때 토지 소유자가 현금 대신 사업지구 내 조성토지로 보상받는 제도다. 주암지구에서는 토지를 수용당한 원주민 약 170명이 대토를 선택한 뒤 '과천 주암 대토리츠'에 참여했다. 대토부지를 개발해 얻은 수익 등을 통해 보상 자산을 회수하는 구조다.

원주민들이 문제 삼는 것은 대토부지의 용도가 이미 정부가 승인한 지구계획에 따라 정해졌다는 점이다. 주암지구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로, 국토부가 승인한 지구계획에 따라 토지이용계획과 용도가 결정됐다. 원주민 측은 해당 업무시설용지에 데이터센터가 허용되기에 사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번 조례가 시행되면 지구계획상 허용된 시설이라도 과천시가 정한 이격거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개발행위허가가 제한될 수 있다. 쟁점 중 하나는 최대 300m에 달하는 이격거리 기준의 적정성이다. 원주민 측은 계약전력 5MW와 이격거리 최대 300m를 기준으로 규제를 차등 적용할 과학적·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다른 시설과 비교해 규제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현행 과천시 도시계획 조례상 태양광 발전시설의 이격거리는 100m이며 위락시설은 70m, 숙박시설은 100m다. 개정안에 담긴 데이터센터 최대 이격거리 300m는 태양광·숙박시설에 적용되는 기준의 3배에 달한다.

조례 시행 이전에 이미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한 사업에도 새로운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는 현행 과천시 도시계획 조례의 일반적인 경과조치와 차이가 있다. 현행 조례 부칙 제3조는 조례 시행 당시 이미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한 경우 종전 규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동진 과천시의회 부의장은 “법적으로 200m나 300m 등 특정 거리를 정하도록 한 기준은 없다”며 “데이터센터를 특정 건축물로 보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개발행위허가 기준과 태양광 관련 조례 등을 참고해 300m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미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한 사업에 새 규정을 적용하는 데 대해서는 “조례 제정 당시 이미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새롭게 허가 신청이 들어올 수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해 경과규정을 둔 것”이라며 “이를 고려해 기존 신청 건에도 새 기준을 적용하도록 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입지를 둘러싼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지 않아 현장에서 비슷한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센터와 주거시설 간 이격거리를 비롯한 입지 규제가 지자체별로 다른 데다 관련 정책을 둘러싼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역할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와 주거시설 간 갈등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사안인 만큼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규제를 강화하기보다 도시계획 단계부터 입지 기준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공장이나 기피시설이 먼저 들어선 뒤 주변에 주거지가 개발되면서 기존 시설을 둘러싼 민원이 발생하는 사례는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며 "향후 주거지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면 처음부터 데이터센터 입지를 제한하거나, 주거지가 나중에 들어선다면 계획 단계에서 주거시설이 적정한 이격거리를 확보하도록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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