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익 시험비행 누적 1만시간 사고 ‘0’…KF-21도 무사고
“명절이라고 납품 미룰 수 없어”…양산 넘어 수출시장 공략

최근 방문한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 KF-21은 K방산의 차세대 수출 주력 후보이자 한국 항공산업의 체계종합 역량을 상징하는 기체의 산실이다. 훈련기·경공격기 중심이던 수출 포트폴리오를 전투기 영역으로 확장할 핵심 플랫폼으로 꼽힌다. 고정익동에 들어서자 들어서자 두 줄의 생산라인인 ‘듀얼레일’을 따라 조립 중인 서로 다른 KF-21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생산 공정은 왼쪽에서 오른쪽 활주로 방향으로 진행된다. 처음에는 알루미늄 강판으로 시작해 가장 왼쪽의 연녹색 기체가 동체·날개 결합과 전자장비 장착, 각종 점검과 도색을 차례로 거치며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구조다. 한 기체가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6개월.
오른쪽 끝에 도달한 기체는 지상전원장치(GPU)를 연결해 각종 전자장비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연료 계통과 기밀 상태 등을 최종 점검한다.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해야 비로소 시험비행을 준비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비행기가 된다.
축구장 3개 크기 규모의 고정익동 내부에서는 남색 작업복을 입은 직원 30여 명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자동차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로봇팔은 보이지 않았다. 좁은 기체 안에 수많은 배선과 장비를 집어넣고 부품을 체결하려면 결국 사람의 팔이 직접 들어가야 한다. 전투기 조립 상당 부분이 사람 손을 거치는 이유다. 한 현장 관계자는 “사람이 없으면 일이 안 된다”고 말했다.

KAI가 특히 자부심을 갖는 기록은 ‘1만 시간 무사고’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KAI는 2005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고정익 항공기 시험 비행 누적 1만 시간 동안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 KT-1과 T-50, FA-50을 거쳐 KF-21까지 이어진 기록이다. 기체의 한계를 실제 공중에서 확인하는 시험 비행은 개발 과정에서도 위험도가 높은 작업이지만 KAI는 무사고 기록을 이어왔다. KAI 측은 이 기록이 세계적인 방산 선도 기업들도 달성하지 못한 성과라고 설명한다.
이제 KF-21은 양산과 수출을 앞두고 있다. KAI는 기존 KT-1과 FA-50 도입국을 우선 공략 중이다. 이미 한국산 항공기를 운용해 본 국가에는 정비·훈련 체계의 연속성과 FA-50 플랫폼과의 상호운용성, 가격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중동 시장에서는 접근법을 달리하고 있다. 완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KF-21의 향후 성능 진화를 함께 추진하는 공동 연구개발과 국가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제안하고 있다. 단순 수출을 넘어 장기적인 항공산업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한 현장 관계자는 “납품 날짜가 늦어지면 고객은 비행기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며 “문제가 생기면 필요한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 밤을 새워서라도 해결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항공기는 한 번 잘 만들어 파는 것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며 “제때 제대로 만든 비행기를 넘겨 신뢰를 쌓아야 다음 수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