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솟는 집값과 임대료 부담, 떨어지는 혼인율 등 청년 주거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각종 지원책과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폐버스를 개조해 청년 단기 주거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국토교통부는 고시원 내 욕조 설치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비판이 커지자 재검토에 들어갔다.
온라인에서는 '청년에게 필요한 게 정말 폐버스와 욕조냐'는 조롱 섞인 반응까지 쏟아졌다. 정책의 취지와 별개로 청년들이 원하는 주거와 정책이 바라보는 주거 사이에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다.
폐버스 활용은 저렴한 임시 거처를 제공하고 고시원 욕조 설치는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당장 머물 곳이 없거나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탓하기는 어렵다.
다만 두 사례가 비판받은 이유는 청년 주거 문제를 '어떻게든 머물 공간을 마련하는 문제'로 바라봤다는 데 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열악한 공간에서 조금 더 편하게 지낼 방법이 아니라 더 나은 주거환경으로 옮겨갈 수 있는 여건이다.
매년 오르는 임대료로 월세 부담은 커지고 전세 사기 이후 비아파트 전세에 대한 불안도 여전하다. 주거비 부담이 커질수록 저축 여력과 자산 형성의 기회는 줄어든다. 더 나은 집으로 옮기거나 내 집을 마련하기도 그만큼 어려워진다.
폐버스와 고시원 욕조는 당장의 불편을 덜어줄 수는 있어도 청년들이 왜 이런 공간에 머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답이 되기는 어렵다. 청년 주거정책의 질문도 '어디에서 버틸 것인가'에서 '어디로 이동할 것인가'로 달라져야 한다.
월세 지원과 임시 거처 공급을 넘어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더 나은 임대주택, 나아가 자가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가 필요하다. 정책의 성과 역시 공급량과 지원액을 넘어 청년의 실제 주거환경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열악한 주거를 견딜 방법이 아니라 그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