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금리인상 이후 불황 ‘아픈 기억’
두 통화간 탈동조화 움직임 이례적

한때 1560원 선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이 7월 이후 빠르게 하락하며 1400원 선 아래로 내려왔다. 불과 1개월여 기간 동안 원화 강세 분위기가 고조된 반면, 원화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엔화는 사뭇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엔화는 달러당 164엔까지 치솟으며 뚜렷한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에 1998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일본이 엔 약세를 제어하기 위한 공조 개입에 나서기까지 했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라는 다소 이례적인 조합이 나타나면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870원 수준까지 하락, 원 대비 엔 약세 기조 역시 두드러진다. 상당 기간 원화와 비슷한 움직임을 이어가던 엔화가 엇갈리는 행보를 보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양국 통화 정책의 전환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성장과 물가뿐 아니라 부동산 가격 및 환율까지 감안한 통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의 성장세는 반도체 수출 특수에 힘입어 실질성장률 기준 지난 해 기록했던 1.0%보다 훨씬 높은 3%대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물가상승률은 이란 사태 영향으로 나타난 유가 상승으로 인해 한은의 물가 목표인 2%를 훌쩍 넘어선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 역시 아직은 확신하기 힘들고 원·달러 환율은 언급했던 것처럼 1500원대를 넘어서는 고공비행을 했던 바 환율 상승(달러 강세)에 대한 부담은 상존하고 있다.
이상의 현상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강한 당위성을 부여하는 바, 신현송 한은 총재 역시 금리 자체의 상승보다는 상당 기간 이어지고 있는 고환율에 초점을 맞추며 강한 긴축 의지를 밝히고 있다. 실제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추가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반면 일본 중앙은행의 행보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며 2023년까지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렀던 금리를 현재는 1.0%까지 끌어올리긴 했지만 인상 속도와 현재 기준금리 레벨은 다른 국가 대비 현저히 낮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3.5~3.75%인 반면 일본의 기준금리는 1.0%에 불과한 바 미국 대비 일본의 기준금리가 너무 낮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 한국은행처럼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강하게 밝히면 되지 않을까? 이런 과감한 일본은행의 행보에 발목을 잡는 것이 과거 금리 인상 이후의 아픈 기억들이다.
1990년대 초반 일본은행은 과도한 부동산 버블을 막기 위해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이는 잃어버린 30년의 시발점이 되었다. 장기 불황의 늪에서도 일본 경제는 닷컴 버블에 힘입어 2000년대에, 그리고 중국의 강한 성장에 힘입어 2007년에 약간의 회복세를 확인하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바 있는데, 두 시기 모두 기준금리 인상 이후 강한 경기 침체를 경험한 바 있다.
이런 아픈 기억을 2년 전인 2024년 8월에도 겪은 바 있는데, 당시 일본은행은 엔화 약세와 저금리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고자 단호한 금리 인상을 준비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미국의 경기 둔화로 인해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부각되었는데, 일본의 금리 인상과 미국의 금리 인하가 맞물리면서 미일 금리차가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에 미국 등 해외에 투자되어 있는 엔화가 빠른 속도로 본국으로 회귀하는 이른 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겪게 된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금융 시장 혼란이 커지자 일본은행은 백기를 들고 기준금리 인상을 늦추게 된다. 이런 힘겨웠던 과거의 기억들이 일본은행의 긴축 전환에 발목을 잡는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다.
동조화 움직임을 보였던 원화와 엔화 환율, 이 둘은 중앙은행 통화 정책의 엇갈림 속에서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