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DC→IRP 이전 등 제도 개선 착수

퇴직연금 실물이전 규모가 서비스 시행 이후 16조원에 육박했다. 특히 은행에서 증권사로 5조원 넘는 자금이 이동하면서 퇴직연금 시장의 머니무브가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제도 간 이전 제한 등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실물이전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24일 퇴직연금 실물이전 개선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를 열고 실물이전 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금감원을 비롯해 예탁결제원, 협회, 한국증권금융, 주요 퇴직연금 사업자 등 17개 기관이 참여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가입자가 기존 운용상품을 매도하거나 해지하지 않고 퇴직연금 사업자만 바꿔 계좌를 이전하는 서비스다. 가입자 선택권을 넓히고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2024년 10월 말 도입됐다.
서비스 시행 이후 이용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26년 6월 말까지 누적 이전 금액은 1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수로는 25만여건이다. 일평균 261억원, 409건이 이전됐다.
올해 들어 증가세는 더 가팔라졌다. 반기별 실물이전 금액은 2024년 하반기 1조9000억원에서 2025년 상반기 3조2000억원, 하반기 3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6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자금 이동의 중심에는 증권사가 있다. 권역별로는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전된 금액이 5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실물이전 규모의 33%를 차지했다. 은행에서 은행으로 이동한 금액도 4조5000억원으로 28%를 차지했다.
업권별 순유입 규모를 보면 증권 권역의 우위가 더 뚜렷하다. 증권업권 유입액은 8조5809억원, 유출액은 4조4296억원으로 순유입액이 4조1513억원에 달했다. 반면 은행은 3조9714억원 순유출, 보험은 1799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제도별로는 IRP에서 실물이전이 가장 활발했다. 제도별 이전 금액은 IRP 6조8000억원, DC 4조8000억원, DB 4조3000억원 순이었다. DC와 IRP는 은행과 보험사에서 증권사로의 이동이 두드러졌다.
다만 제도 이용에는 여전히 제약이 남아 있다. 현재 실물이전은 DB에서 DB, DC에서 DC, IRP에서 IRP처럼 동일 제도 안에서만 가능하다. DC에서 타사 IRP로 옮기는 것은 어렵다. 환매중단펀드를 보유한 계좌는 이전이 제한되는 문제도 있다.
절차상 불편도 개선 대상이다. 실물이전 과정에서 이전 의사 확인에 대한 녹취가 의무화돼 절차가 지연되거나, 이전 신청이 취소·거절되는 경우 가입자에게 명확한 사유가 안내되지 않아 민원이 발생하는 사례가 있었다.
금감원은 TF를 통해 제도 간 이전 제한과 환매중단펀드 이전 제한 등 소비자 불편을 일괄 개선할 계획이다. 우선 DC에서 타 사업자의 IRP로 이전할 수 있도록 전산을 개발하고 환매중단펀드를 이전 가능 상품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녹취 외에 안전한 비대면 의사 확인 방식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실물이전 신청이 취소되거나 거절될 경우 가입자에게 사유를 상세히 안내하도록 프로세스도 개선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9월까지 개선 방향을 확정하고 10월부터 전산 개발을 시작한다”며 “2027년까지 TF를 마무리해 더 많은 가입자가 편리하게 실물이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이어갈 게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