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마을버스 무료화 논란…“순환 노선 부활이 현실적 해법”

기사 듣기
00:00 / 00:00

연 40억~50억 원 무료화 비용 부담…2006년 폐지된 순환노선 대안 부상

▲영도 순환버스 예상 노선도 (사진제공=영도구청)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유일하게 도시철도가 지나지 않는 영도구의 교통 불평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상현 부산시의원이 영도구 마을버스 공영화와 무료화를 제안하면서다. 영도 주민들도 부산시민으로서 도시철도 적자 보전 등에 함께 재정을 부담하고 있지만, 정작 도시철도 혜택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는 것이 제안의 배경이다.

박 의원은 지난달 5분 자유발언에서 “영도구의 고용률이 50% 미만으로 전국 지자체 중 최하위권을 기록하는 데에는 교통 불평등 문제도 있다”며 “전면 무료화가 어렵다면 한 노선부터라도 시작해보자”고 제안했다.

문제는 현실이다.

현재 영도구 마을버스는 예비 차량을 포함해 19대가 운행 중이다. 요금을 전면 무료화할 경우 부산시는 연간 40억~50억 원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무료화로 이용객이 늘어나면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형평성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도시철도가 운행되는 다른 구·군이라고 해서 모든 주민이 역세권에 사는 것은 아니다. 부산 곳곳의 산복도로와 외곽 지역에는 도시철도역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생활하는 주민들이 있다. 영도에만 별도의 무료 교통 혜택을 제공할 경우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영도의 교통 불평등을 해소하면서도 부산시 전체의 형평성과 재정 부담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다.

그런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영도 순환 노선’이다.

2006년 사라진 순환버스, 다시 살릴 수 있나

영도에는 한때 섬 내부를 순환하는 버스 노선이 있었다.

하지만 2006년 수익성 등을 이유로 폐지된 이후 영도 내부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순환 대중교통망은 사실상 사라졌다.

그사이 영도의 도시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태종대와 절영해안산책로, 흰여울문화마을, 영도다리 등 관광자원이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영도를 찾는 관광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 시내버스 노선 개편을 통해 3003번 도시고속형 버스를 신설했다. 태종대에서 흰여울마을과 남포동, 서구청, 사상역을 거쳐 김해공항까지 연결하는 노선이다.

외부에서 영도로 들어오는 교통망은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영도 안에서는 주요 관광지와 생활권을 연결하는 교통망이 부족하다.

태종대에서 흰여울마을로 이동하고 다시 영도다리나 남포동으로 나가려면 관광객들은 택시나 도보에 의존해야 한다. 주민 역시 생활권에 따라 마을버스를 여러 차례 갈아타거나 돌아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영도로 들어오는 길은 만들어졌지만, 영도 안을 돌아다닐 길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다.

주민 교통과 관광,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나

순환 노선의 장점은 주민과 관광객 모두를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주거지역과 주요 생활거점을 연결하고 태종대·흰여울마을·절영해안산책로 등 관광지를 하나의 노선으로 묶는다면 주민들의 이동권을 개선하면서 관광객의 체류 편의도 높일 수 있다.

특히 영도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내부 교통망의 역할이 다른 지역보다 중요하다.

도시철도가 없는 상황에서 버스가 사실상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데, 이마저 생활권을 촘촘하게 연결하지 못한다면 교통 불평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재정 부담 측면에서도 전면 무료화보다는 현실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전면 무료화에는 매년 40억~5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순환 노선은 필요한 구간과 운행 횟수, 차량 규모를 조정하면서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관광객이 집중되는 구간에는 관광형 교통상품을 도입하거나 특정 시간대 할인 등을 결합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부산시 2단계 노선 개편이 기회

마침 부산시는 도심 지역 2단계 시내버스 노선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만덕~센텀 대심도, 사상~하단선, 부전~마산선 등 새로운 철도망이 단계적으로 개통하면 부산의 대중교통 이용 패턴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도도 이때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부산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공영화나 전면 무료화 대신 기존 노선을 조정하거나 2006년 폐지된 영도 순환 노선과 유사한 순환 노선을 검토하는 등 다른 교통 활성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을 던진 것은 부산시의회다. 이제 부산시가 답을 내놓을 차례다.

물론 순환 노선이 과거처럼 수익성 문제로 다시 사라질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옛 노선을 복원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주민 이동 데이터와 관광객 동선, 도시철도·시내버스 환승체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지금의 영도’에 맞는 순환 노선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무료버스보다 필요한 것은 ‘이동권’

결국 영도의 교통 문제는 ‘무료화냐 아니냐’의 이분법이 아니다.

2006년부터 2026년. 잃어버린 20년 동안 영도는 관광객을 맞이하는 섬으로 변했지만 정작 섬 안을 돌아다닐 길은 만들지 못했다.

영도로 들어오는 길은 넓어졌지만, 영도 안에서 움직이는 길은 여전히 좁다.

영도에 필요한 것은 무료화라는 숫자가 아니라 이동권이다.

20년 전 사라진 순환노선을 단순히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영도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것. 부산시의 2단계 버스노선 개편이 영도 교통의 ‘잃어버린 20년’을 되돌아볼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