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예전 같지 않을 것”…경제밀월서 대전환 [미·캐나다 관세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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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 총리, 탈미국 전력 속도
USMCA는 존폐 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수십 년간 캐나다 경제의 번영을 떠받쳐온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이번 무역협상 결렬이 관세 충돌을 넘어 양국의 경제·동맹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분기점으로 떠올랐다. 미국 시장에 대한 특혜적 접근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온 캐나다에서는 이제 과거의 대미 밀착 관계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는 무역 합의에 근접한 듯했으나 전날 밤 막판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미국은 이날 0시를 기해 유제품과 맥주·와인 등 주류, 하키장비, 기계, 섬유, 시멘트, 가구, 낚싯대 등 약 200억달러(약 28조원)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50%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로 내달 8일부터 미국산 철강·전자제품·유제품·농기계·펄프·제지 등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캐나다 정부는 향후 며칠 안에 구체적인 대응 조치를 공개할 예정이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는 미국이 변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면서 “양국이 과거의 관계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카니 총리는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이미 이러한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세계가 전환이 아니라 단절을 겪고 있다”고 선언하면서 “캐나다와 같은 국가들이 국내 경제를 강화하고 대외 관계를 다변화함으로써 경제적 강압에 대한 취약성을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날도 “당시 경고가 현실이 됐다”면서 “미국이 경제통합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의 서명은 연필로 쓰여 있다”면서 미국이 언제든 약속을 바꿀 수 있다고 비판했다.

몬트리올 맥길대의대니얼 벨런드 정치학 교수는 “관세 협상의 결렬은 과거의 캐나다·미국 관계가 끝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많은 캐나다인에게 이는 캐나다가 트럼프 행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을 확인시켜준 것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캐나다기업협의회의 골디 하이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이 여전히 미국을 캐나다의 가장 중요한 교역 상대국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의 변화가 트럼프 대통령 이후 민주당이 집권하든 공화당이 집권하든 지속될 것이라는 인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AP는 “캐나다 상품 수출의 거의 4분의 3이 미국으로 향한다”면서 “미국 경제 규모는 캐나다의 약 10배에 달하기 때문에 캐나다 정부가 자국 경제에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미국과 동일한 규모로 ‘달러 대 달러’ 보복에 나설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캐나다왕립은행(RBC)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관세가 캐나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0.4%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산했다. 관세 대상이 캐나다의 대미 수출에서 약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복 조치가 확대되거나 관세 대상 업종이 늘어나고, 분쟁이 투자를 위축시키거나 공급망을 교란할 경우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카니 총리 자신도 보복 조치에 따른 비용을 인정했다. 그는 “캐나다의 대응 조치가 캐나다인들의 비용을 높이고 선택권을 줄일 것”이라며 “정부가 피해 기업과 근로자를 위한 추가 지원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벨런드 교수는 “양국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의 초입에 들어섰다”면서 다만 상황이 빠르게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번 협상 결렬로 미국을 넘어 교역·투자 관계를 다변화하려는 카니 총리의 정책은 더욱 시급해졌다. 그는 지난해 3월 취임 후 투자를 유치하고 새로운 무역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해외를 순방해왔다. 2030년까지 1조 캐나다달러(약 730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고 향후 10년 동안 미국 이외 지역에서 유입되는 투자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캐나다는 지난해 5개 대륙에 걸쳐 20건이 넘는 무역·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이런 상황에서 캐나다가 다른 국가들과 무역협정을 협상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특히 중대한 의미를 갖게 됐다. 지난달 캐나다 연방정부와 앨버타주 정부는 새로운 태평양 연안 송유관 건설 계획을 진전시켰다. 캐나다산 원유의 아시아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미국 구매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당장의 문제는 최근의 관세 대치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다. 벨런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면 상황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은 아마도 희망적 사고에 불과할 것”이라며 “그렇다고 향후 양국 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다시는 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양국의 갈등은 관세 문제를 넘어 북미 경제통합의 제도적 기반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미래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양국 간 추가 협상 일정이 잡히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신규 관세는 USMCA 적용 대상인 캐나다산 제품에도 예외 없이 부과했다.

캐나다와 미국은 1989년 발효된 미·캐나다 자유무역협정(CUSFTA)을 계기로 관세 철폐와 비관세장벽 축소를 본격화했다. 이후 1994년 멕시코까지 참여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CUSFTA를 대체하면서 북미 3국의 자유무역 체제로 확대됐고, 2020년에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캐나다명 CUSMA)이 NAFTA를 대체하며 기존의 무관세 교역 체제를 대부분 계승했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달 USMCA 연장을 거부한 뒤 미국과 멕시코는 캐나다를 사실상 배제한 채 협정 개정을 위한 양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세계 최대 자유무역권 가운데 하나였던 북미가 ‘하나의 공장’에서 관세 장벽으로 나뉜 시장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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