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영업익 맞먹어⋯복수 수주전 땐 자금 부담 가중
8·13 대책 보증서 납부 확대⋯현금 유동성 개선 기대

서울 주요 정비사업의 입찰보증금이 대형 건설사의 분기 영업이익에 맞먹는 수준으로 커지자 정부가 현금 납부에 적정선을 두고 보증서 활용을 확대하는 등 건설사의 수주 부담 완화에 나선다. 건설사의 현금 유동성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조합의 현금 선호와 수주 이후 자금 부담 등을 고려하면 실제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정비사업 시공사 입찰보증금 납부 시 현금 외 보증서 활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일반경쟁입찰에 한 곳만 응찰하면 재입찰 절차를 간소화하고 착공 이후 특정 자재의 물가변동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도 표준계약서에 명확히 할 계획이다.
입찰보증금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가 조합에 납부하는 자금이다. 현금과 보증서를 함께 받는 사업장도 있지만 서울 주요 정비사업에서는 대규모 현금 납부를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 핵심 사업지의 입찰보증금은 수백억~2000억원에 달한다.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은 총 2000억원으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 2020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이 가운데 현금 납부액만 1000억원으로 GS건설의 2분기 영업이익 914억원을 웃돌고 IPARK현대산업개발의 영업이익 1227억원에 육박한다. 한강맨션 재건축 역시 입찰보증금 1000억원 전액을 현금으로 제시했다. 성수1지구는 총 1000억원 가운데 500억원, 목동8단지는 총 700억원 가운데 400억원을 현금으로 납부하도록 했다.
서울 핵심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여러 사업장을 검토하는 건설사의 자금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수주전에서 탈락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지만 수주에 성공하면 현금으로 납부한 입찰보증금이 통상 사업비 등으로 전환된다. 착공까지 수년이 걸리는 동안 자금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 어려운 셈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에 성공해 사업비로 전환되면 착공까지 통상 3년~5년이 걸리는 만큼 현금 유동성 측면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증서 활용이 확대되면 입찰 단계에서 직접 투입하는 현금을 줄일 수 있어 여러 정비사업 수주전에 동시에 참여하는 건설사일수록 자금 운용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주 현장에서는 조합의 선택이 더욱 큰 변수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경쟁 수주에서 한 건설사는 입찰보증금을 전액 현금으로 내고 다른 건설사는 현금과 보증서를 함께 납부한다면 조합이 현금을 납부한 건설사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공사의 부담을 줄일 수는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활용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대하는 중견 건설사의 서울 정비사업 참여 확대 효과 역시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입찰 단계에서는 현금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에는 결국 현금 납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주요 정비사업의 입찰보증금 규모가 상당해 자금 운용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공사 선정 이후에는 결국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만큼 보증서 대체 여부보다 입찰보증금 규모 자체가 더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입찰 단계의 부담을 일부 덜 수는 있겠지만 이 조치만으로 중견사의 서울 정비사업 참여가 크게 확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현금 납부 자체를 없애기보다 과도한 현금 요구를 줄이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입찰보증금의 현금과 보증서 비율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아 조합이 결정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사업장에서 1000억원 안팎의 현금을 요구하면서 시공사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현금 납부에는 적정선을 두고 나머지는 보증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