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CA 중단 뒤 차륜형 전환 포착…2024년 말 개발 착수
1년여 만에 시제품 완성…앨라배마 현지화도 속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육군 차륜형 자주포 수주는 9년간 이어진 시장 공략과 미군의 자주포 전략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한화는 미국이 기존 궤도형 자주포 개발에서 검증된 차륜형 체계 도입으로 방향을 틀자 K9 기술을 활용한 신형 모델 개발에 속도를 냈다.
한화가 미국 시장에 K9 실물을 처음 선보인 건 2017년 10월 미국지상군협회(AUSA) 연례 전시회 자리다. 당시만 해도 국산 자주포를 미국 현지에 가져가 전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후 한화는 거의 매년 한국에서 미국 워싱턴까지 장비를 운송하며 미 육군을 상대로 K9의 성능과 기술력을 알리는 데에 공을 들였다.
미군 체계와의 호환성 검증도 이어졌다. 2022년 미국 유마 시험장에서 K9으로 M795 포탄 등을 발사했다. 외국 장비로는 처음 XM1113 로켓보조탄을 발사해 53㎞ 사거리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노르웨이형 K9으로 미국산 엑스칼리버 정밀유도포탄을 약 50㎞ 거리에서 발사하는 시험도 했다.
미국 시장 공략의 결정적 기회가 된 건 미 육군의 조달 전략이 바뀐 2024년이다. 당시 미 육군은 70㎞ 이상 사거리를 목표로 추진하던 궤도형 사거리연장형 자주포(ERCA) 사업을 중단했다. 포신 마모 등 기술적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후 기술 성숙도가 높고 빠르게 배치할 수 있는 자주포를 찾기 시작했다. 같은 해 8월에는 방산업계를 대상으로 관련 정보요청서(RFI)를 냈다.
한화는 이보다 앞서 미군의 차륜형 자주포 수요 가능성을 검토해왔다.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 등 경영진이 2024년 미 육군의 관련 움직임을 확인한 뒤 미국 사업 대응을 강화했다는 게 한화 설명이다. 글로벌 방산기업과 미국 정부 출신 인력을 영입했고, 그해 말 K9MH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 기간도 줄였다. 착수 약 6개월 만에 기본·상세설계를 마쳤고 올해 1분기 첫 시제품을 만들었다. K9을 개발하며 축적한 사격·탄약적재 기술을 활용한 덕분에 별도 플랫폼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줄였다.
현지화도 병행했다. 한화는 지난 4월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에 유휴 공장을 3년간 임차해 K9MH 통합·시험 거점을 마련했다. 향후 시제품 평가와 후속 양산을 염두에 두고 미국 내 공급망 투자도 확대할 방침이다. 방위사업청 등 정부도 사업 과정에서 주요 현안을 공유하며 지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2017년 미국에서 K9 실물을 처음 선보인 이후 꾸준히 기술과 운용 가능성을 알린 끝에 실제 사업 참여로 이어졌다”며 “향후 미 육군의 요구에 맞춰 K9MH를 보완하고 현지 공급 기반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