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8.9조원 ‘역대 최대’…AI·반도체가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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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투자액 전년比 54.3% 증가…2022년 호황기 넘어
AI·반도체·로보틱스 대형 투자 견인…펀드 결성도 8.4조원
비수도권 투자 2배로…VC업계 “밸류·회수시장 변수”

▲김봉덕 중소벤처기업부 벤처정책관이 19일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2026년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 및 벤처펀드 결성 동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올해 상반기 국내 벤처투자가 8조9000억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AI와 반도체, 로보틱스 등 딥테크 분야에 대규모 자금이 몰린 가운데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초기기업 투자도 큰 폭으로 늘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9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상반기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을 발표했다.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는 8조86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3% 증가했다. 벤처투자 호황기였던 2022년 상반기 7조6442억원을 넘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신규 벤처펀드 결성액도 8조4366억원으로 33% 늘어 역대 상반기 기준 두 번째를 기록했다. 정책금융 출자는 58.3%, 민간 부문은 28.1% 증가했다. 특히 금융기관 출자가 2조6061억원으로 54.9% 늘었다. 중기부는 지난 3월 정책 목적 벤처펀드 출자 자산의 위험가중치를 400%에서 100%로 낮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 증가세는 딥테크가 이끌었다. ICT서비스 투자액이 1조86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기계·장비 1조5359억원, 바이오·의료 1조5041억원 순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ICT제조는 143.3%, 전기·기계·장비는 90.4%, ICT서비스는 62.2% 증가했다. AI 반도체와 메모리칩,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1000억원 이상 대형 투자가 이어진 영향이다.

반면 게임 분야 투자액은 4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3% 감소하며 전체 업종 가운데 유일하게 줄었다. 김봉덕 중기부 벤처정책관은 지난해 수백억원 규모 대형 투자와 달리 올해는 대형 딜이 사라진 데다 게임 분야 창업 자체가 감소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브리핑에 참석한 VC업계 관계자도 AI 활용으로 소규모 인력만으로 게임 제작이 가능해진 점 등을 들어 향후 벤처투자 시장에서 게임 투자가 크게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초기기업 투자는 반등했다. 업력 3년 이하 기업 투자액은 1조8282억원으로 56.4% 늘었고 투자받은 기업은 499개사에서 643개사로 28.9% 증가했다. 기업당 평균 투자금액도 23억4000만원에서 28억4000만원으로 21.4% 늘었다. 다만 100억원 이상을 유치한 초기기업 16개사에 4218억원이 투자됐고 이 가운데 AI·로보틱스 9개사가 3153억원을 차지했다.

VC업계에서는 초기기업 투자 확대 자체에는 의미를 부여했다. 한 관계자는 초기기업 투자는 투자 기간이 길고 난도가 높아 민간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꺼리는 분야라면서 정책적 지원 속에서 투자 규모가 증가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딥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창업 초기부터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투자 방식의 변화도 초기기업 투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역 투자도 확대됐다. 벤처투자회사·조합 기준 비수도권 투자액은 1조647억원으로 104.7% 늘어 수도권 증가율 49.9%를 크게 웃돌았다. 대전은 생명과학·우주항공 분야 대형 투자가 이어지며 4359억원을 기록했고 충북은 바이오·정밀화학을 중심으로 343.9% 증가한 1012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투자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높은 기업가치와 회수시장 부진을 변수로 꼽았다. VC업계 관계자는 딥테크와 특정 기업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성공적인 엑시트와 기업공개(IPO) 환경이 뒷받침돼야 투자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봤다.

중기부도 하반기 투자 확대를 예상했다. 김 정책관은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와 펀드 결성이 모두 큰 폭으로 늘어나며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며 “모태펀드의 모험자본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관계 부처와 협력해 세제 혜택 등 정책적 지원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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