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국가데이터처와 관세청의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수출액 2755억 달러 가운데 상위 5대 기업의 수출액 비중은 50.2%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30.7%에서 1년 만에 19.5%포인트 상승했다.
상위 10대 기업의 수출 비중도 지난해 38.3%에서 올해 55.3%로 17.0%포인트 높아졌다. 상위 100대 기업의 비중은 76.3%로 1년 전보다 10.0%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수출의 절반을 5개 기업이, 4분의 3을 100개 기업이 담당하는 구조가 된 셈이다.
특히 최근 들어 수출의 기업별 쏠림 현상이 빠르게 심화하고 있다.
2022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상위 5대 기업의 수출 비중은 대체로 23~32% 수준에서 움직였다. 큰 폭의 상승세 없이 등락을 반복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35.2%로 올라선 뒤 올해 1분기 43.4%, 2분기 50.2%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불과 3개 분기 만에 15.0%포인트 높아졌다.
수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반도체다. 관세청에 따르면 7월 1~20일 반도체 수출은 221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80.6% 급증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3%로 1년 전보다 18.4%포인트 높아졌다.
AI 산업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 증가를 사실상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의 실적 개선이 전체 수출 통계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커졌다. 최근 수출 증가율만으로 국내 기업 전반의 수출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기업 규모별 격차에서도 이런 쏠림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올해 2분기 대기업 수출액은 206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81.8% 증가했다. 전체 수출 증가율 57.3%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중견기업 수출액은 359억 달러로 10.9%, 중소기업은 327억 달러로 1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기업 수출이 전체 증가세를 크게 웃돈 반면 중견·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수출 총액만 놓고 보면 한국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 규모별로 들여다보면 온도 차가 상당한 셈이다.
특히 상위 5대 기업이 상위 10대 기업 전체 수출액의 90.7%(1382억 달러)를 차지한 점도 주목된다. 상위 10개 기업에 수출이 집중됐다는 표현보다 사실상 5개 기업에 수출 증가세가 집중됐다고 보는 것이 통계에 더 가깝다.
문제는 특정 품목과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외부 충격에 따른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수출 증가세는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라는 우호적인 환경에 크게 힘입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 전체 수출 증가율 역시 크게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대외 통상환경 변화도 변수다. 미국이 한국산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품목을 둘러싸고 관세와 무역 관련 조치를 강화할 경우 수출 상위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받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상위 100대 기업의 수출 비중이 1년 만에 10.0%포인트 상승했다는 것은 수출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의 역할이 커졌다는 의미인 동시에, 수출 기반의 다변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이예람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더라도 외형적 성장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기존 주력 수출 품목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유망 신산업과 소비재를 고부가가치화해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수출 성과가 국내 실물경기와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