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에도 물가 우려…‘베어 스티프닝’ 심화
주택담보대출 등 민간 차입 비용 증가 악순환 우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6bp(1bp=0.01%포인트(p)) 오른 5.31%를 기록했다.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3bp 상승한 약 4.72%를 나타냈다.
장기금리 상승세는 미국에 그치지 않았다. 캐나다 30년물 국채 금리는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독일 장기금리도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장기물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번지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의 차입 비용도 함께 뛰고 있다.
미국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는 수급 불균형이 꼽힌다.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AI 인프라 투자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의 장기 회사채 발행까지 급증하고 있다. 반면 장기채의 전통적인 매수 주체들의 수요는 약해졌다.
앙슐 프라단 바클레이스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우리는 그동안 장기물 매도 흐름에 맞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으며 이러한 견해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채 투자 심리가 회복되려면 예상 밖의 재정적자 축소나 AI 관련 회사채 발행 둔화, 미 재무부의 국채 발행 전략 전환, 지속적인 경제지표 약화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최근 실시된 국채 입찰에서도 장기물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확인됐다. 미 재무부가 13일 진행한 250억달러(약 35조원) 규모의 30년물 국채 입찰에서 낙찰금리는 5.216%로 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하루 앞서 실시된 10년물 입찰 낙찰금리도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연준 목표치인 2%로 내려오지 않는 점도 부담이다. 7월 종합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상승도 물가 재반등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경기지표가 약해졌는데도 장기금리가 상승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주 발표된 7월 근원 CPI는 전월 대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달 비농업 고용은 예상과 달리 감소했고 5월과 6월 고용 증가 폭도 하향 조정됐다. 7월 소매판매 역시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경기둔화 신호로 단기물 금리의 상승 압력은 제한된 반면 장기금리는 재정과 물가 우려를 반영해 뛰었다. 이에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상대적으로 강하게 상승하면서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 ‘베어 스티프닝’이 나타났다. 2년물과 30년물 금리 차이는 113bp로 벌어져 4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장기금리 급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도 부담이다. 국채 금리 상승이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 등 민간의 차입 비용 증가로 번지면 경기둔화를 부추길 수 있어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정정책을 통해 지출과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장기금리를 낮추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정부 지출이 세입을 크게 웃도는 가운데 유가 충격까지 겹치면서 장기금리 상승세가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