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상 노원·도봉 등 4개 구 집중
2017년 이후 가격 기준은 그대로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5.9억→12.6억

정부가 결혼 이후 소득이 합산되면서 정책대출 대상에서 탈락하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를 없애기로 했지만, 서울에서 정책대출을 활용해 살 수 있는 아파트는 전체 거래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금자리론의 주택가격 상한이 2017년 이후 6억원에 머무는 동안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두 배 넘게 뛰면서 정책 지원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서울에서 계약된 아파트 매매 가운데 계약 해제 건을 제외한 유효 거래는 4만4799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거래가격이 6억원 이하인 아파트는 1만248건으로 전체의 22.9%에 그쳤다.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6억원 이하는 4건 중 1건도 안 되는 셈이다.
서울 전체 6억원 이하 거래는 노원구가 2652건(25.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도봉구 1173건(11.4%), 구로구 1015건(9.9%), 중랑구 937건(9.1%) 순이었다. 이들 4개 자치구에서 거래된 6억원 이하 아파트만 5777건으로 서울 전체의 56.4%에 달했다.
면적별로도 소형 아파트에 쏠렸다. 6억원 이하 거래 1만248건 가운데 전용면적 40㎡ 미만은 3269건, 40㎡ 이상 60㎡ 미만은 4833건이었다. 전용면적 60㎡ 미만 소형 아파트가 8102건으로 전체의 79.1%를 차지했다. 전용면적 60~84㎡는 2010건(19.6%)에 그쳤다.
청년·신혼부부 사이에서도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예비 신혼부부인 30대 직장인 A 씨는 "정책만 보면 좋아진 것 같은데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살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청약에 당첨됐다는 한 신혼부부 B 씨도 "기본적으로 집값이 6억원을 넘는다"고 토로했다.
정책대출 대상이 6억원 이하 주택에 집중되면서 해당 가격대의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예비 신혼부부 C 씨는 "신혼부부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넓혀준 것은 맞지만 모든 신혼부부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며 "오히려 6억원대 집값만 오르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경기·지방에서 집을 살 계획이 있고 부부 중 한 명의 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경우 혜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13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서 신혼부부의 보금자리론 소득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부부합산 연 소득 8500만원 이하인 소득요건을 10월부터 부부 중 한 명의 연 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혼인신고 뒤 부부 소득을 합산하면서 정책대출 대상에서 탈락하는 '결혼 페널티'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출 대상이 되는 주택가격 상한은 그대로다. 일반 보금자리론은 현재 담보주택 가격이 6억원 이하여야 이용할 수 있다. 디딤돌대출도 일반 가구는 5억원 이하, 신혼가구와 2자녀 이상 가구는 6억원 이하 주택으로 제한된다.
문제는 6억원이라는 기준이 서울 주택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금자리론 대상주택 가격은 2009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확대됐지만, 정부가 정책모기지를 서민·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2017년 다시 6억원으로 낮아졌다. 2023년 한시적으로 운영된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 주택까지 허용했지만, 일반 보금자리론의 기본 주택가격 요건은 현재도 6억원이다.
그 사이 서울 아파트값은 두 배 넘게 뛰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7년 1월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5억9585만원이었다. 당시만 해도 서울 아파트 중간가격이 보금자리론의 6억원 기준 안에 들어왔다. 하지만 올해 6월에는 12억5500만원으로 높아졌다. 2017년 1월보다 6억5915만원, 110.6% 오른 수준이다.
정부가 소득기준을 완화해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는 신혼부부의 범위를 넓혀도 정작 서울에서 대출을 활용해 매입할 수 있는 아파트가 제한돼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한국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2023년 특례보금자리론 공급하며 9억원까지 확대 공급했고, 2024년 1월부터 서민·실수요자 지원 집중을 위해 6억원으로 운영중"이라며 "(보금자리론 대출 자격과 관련해) 현재 논의중인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