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 통합 구상 좌절…8200억 몸값 입증할지 주목
"배당 확대로 재무 부담"…신평사, 어피니티 회수전략 주시

롯데렌탈 인수에 실패한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시선이 SK렌터카로 다시 향한다. 당초 SK렌터카를 인수한 뒤 국내 렌터카 1위 롯데렌탈까지 품어 규모를 키우려던 전략이 무산되면서, SK렌터카 단독으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시장의 관심은 어피니티가 인수 당시 지급한 약 82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SK렌터카 자체의 경쟁력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에 쏠린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렌터카는 이달 13일 이사회를 열고 모회사인 카리나모빌리티서비시스를 흡수합병하기로 의결했다. 카리나모빌리티서비시스는 어피니티가 SK렌터카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번 합병은 자회사인 SK렌터카가 모회사를 흡수하는 역합병 형태로, 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무증자 방식으로 진행된다. 실질적인 사업 변화보다는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향후 투자금 회수(엑시트)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어피니티의 엑시트 가능성과 연결한다. 어피니티는 2024년 8월 SK네트웍스로부터 SK렌터카 지분 100%를 약 82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SK네트웍스가 앞서 진행한 공개매수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 SK렌터카 지분 가치는 약 6400억원 수준이다. 어피니티가 이보다 약 1800억원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인수 당시부터 '고가 인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어피니티가 이처럼 공격적인 가격을 써낸 배경에는 SK렌터카 단독 투자 이상의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어피니티는 SK렌터카를 인수한 직후 롯데렌탈 인수에도 뛰어들었다. 2024년 말 롯데렌탈 지분 56.17%에 대해 주당 7만7115원, 총 1조5729억원을 제시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시장에서는 어피니티가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을 결합해 국내 렌터카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이른바 '볼트온(동종업계 기업 인수)'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당시 양사의 시장 점유율 합산은 30%대를 웃돌아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압도적인 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이런 구상은 무산됐다. 결국 어피니티는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을 묶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대신 SK렌터카 한 곳의 실적과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SK렌터카의 펀더멘털은 일정 부분 개선되는 추세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 7807억원, 영업이익 9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6%, 24.1% 증가했다. 다만, 높은 차입 부담은 여전히 부담이다. 3조원이 넘는 부채에서 발생하는 금융비용 탓에 영업이익에 비해 순이익 규모가 크게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금창출력을 활용한 투자금 회수도 이미 시작됐다. SK렌터카는 올해 12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집행했다. 어피니티 입장에서는 SK렌터카의 보유 지분을 매각하기 전에 배당을 통해 투자원금 일부를 회수하면서 실제 엑시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배당을 제외한 SK렌터카의 본체를 얼마에 팔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최근 롯데렌탈이 어피니티가 제시했던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 외국계 PEF 운용사인 TPG에 매각된 점도 렌터카 기업의 가치평가를 둘러싼 시장의 눈높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롯데그룹은 이달 TPG와 롯데렌탈 지분 61.2%를 주당 5만9000원, 총 1조3105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어피니티가 과거 롯데렌탈에 제시했던 주당 7만7115원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난다. 다만, 이는 롯데렌탈의 거래 가격인 만큼 SK렌터카의 직접적인 매각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향후 원매자들이 렌터카 업체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참고 지표로 작용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어피니티가 SK렌터카를 인수할 당시에는 롯데렌탈과의 결합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그림이 중요한 투자 논리 중 하나였다"라며 "이제는 SK렌터카 자체의 실적과 현금창출력만으로 인수가 이상의 가격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향후 원매자들이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을 인정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신용평가는 어피니티의 SK렌터카 배당을 향후 신용등급 모니터링 사안으로 봤다. 한신평은 "올 1분기 중 1200억원의 배당이 집행됨에 따라 3월 말 자기자본비율이 13% 미만으로 하락했다"며 "향후 배당규모 및 렌탈자산 투자조절 등을 통해 자본적정성 지표를 관리할 계획이나, 주주 환원 관련 자금유출은 신규 이자부담과 함께 재무완충력 저하로 연결될 수 있어 향후 최대주주(어피니티)의 회수전략 및 배당정책이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