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붕괴에 밀어내기 수출로 버텨
한국엔 中 무역확대 이끌어낼 기회

올해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을 시작하는 중국 정부는 경제가 정상 궤도에 있음을 증명해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는 4.5~5%로 설정되었으나, 상반기 성장률은 4.7%, 2분기만 보면 4.3%로 주저앉았다. 추세적 하락을 고려하면 목표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최근 중국 첨단기술 분야에선 창신메모리(CXMT)의 독자 D램 양산, 문샷 AI의 기술 격차 단축 등 화려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 혁신 성과가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은 거대한 내수 규모를 고려할 때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혁신과 경제적 활력이 동행하는 미국과 비교하면 이를 단순한 시차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 경제 기저에는 기다림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두 가지 구조적 난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난제는 개별 기술의 성과가 경제 전반의 효율성으로 직결되지 못하는 혁신의 착시 현상이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 정부가 기술 자립화를 추진한 결과, 올해 상반기 IT 산업 생산증가율은 10.7%를 기록하며 전체 국내총생산(GDP) 4.7%를 크게 상회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숫자를 놓고 경제 전반을 끌어올리는 ‘혁신주도 성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미국의 AI 혁신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생산성 경계를 넓히는 프런티어 확장이라면, 최근 중국의 기술 성과는 미국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기존 기술을 억지로 내재화하는 수입 대체에 가깝다. 글로벌 분업 체제라면 치르지 않아도 될 막대한 기회비용을 낭비하며 자본을 중복으로 투입하는 셈이다.
결국, 중국의 첨단 산업 성장은 효율성 개선이 아닌, 기존 산업에서 갈 곳을 잃은 자본이 신산업으로 쏠린 자본 투입형 성장에 불과하다. 주요국 거시경제 통계를 제공하는 ‘펜 월드 테이블 11.0’에 따르면, 경제의 진짜 효율성을 보여주는 총요소생산성(TFP)의 연평균 증가율은 2000년대 4%대에서 2010년대 2.3%, 2020~2023년에는 1.7%까지 지속 하락했다.
모건스탠리가 최근 중국 내 140개가 넘는 로봇 기업의 난립을 지적하며 통제 불능의 과잉생산을 경고한 것도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방증한다.
두 번째 난제는 부동산 침체와 이에 따른 소비 붕괴가 생산 측면의 성과를 내수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경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의 소비 심리가 살아나려면 가계 자산의 핵심인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신뢰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의 부동산 거품기에 청년 세대는 부모와 조부모 세대의 노후 자금까지, 이른바 ‘3대(代)의 자금’을 영끌하여 아파트를 매입했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 침체는 당사자를 넘어 가계 구성원 전체의 지갑을 아예 닫게 만들었다.
지난 2분기 부동산업(-0.2%)과 건설업(-4.1%) 생산증가율은 작년 동기와 비교해서 역성장했다. 아직 바닥을 알 수 없는 부동산 경기 침체는 소비가 살아날 가능성마저 짓누르고 있다.
막혀버린 내수와 신산업의 과잉생산 물량은 결국 밖으로 향한다. 상반기 17.5%에 달하는 수출증가율은 둔화하는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특히 중국은 대미 수출의 두 배에 달하는 물량을 유럽연합(EU)으로 밀어내고 있으며, 그 첨병은 전기차다. 상반기에만 55만 대를 수출하며 현지 시장의 10%를 점유했을 정도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밀어내기식 공세는 결국 거센 역풍을 부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공급망 다각화와 관세 장벽 설치 등 강경 대응에 나선 이유다.
한국 역시 이 복잡한 무역 방정식의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상반기 대중 교역에서 약간의 흑자를 기록하고는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중국산 전기차 수입은 전년 동기비 93%나 폭증했다.
이는 단순히 가성비 좋은 차가 들어오는 현상이 아니라, 내수가 가라앉은 중국의 구조적 과잉 생산이 한국으로 흘러넘치고 있다는 거시적 결과다.
중국이 자국의 거시경제적 난제를 전방위적 수출로 타개하려 한다면, 그 과잉 물량을 소화해주는 시장인 우리에게도 역으로 협상의 지렛대가 생긴 셈이다. 무작정 빗장을 거는 보호무역주의가 능사는 아니겠지만, 최소한 중국의 수출 공세에 발맞춰 우리 역시 중국 내 막혀 있는 서비스, 소비재, 콘텐츠 시장에서의 실질적 개방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상호주의적 통상 명분을 영악하게 챙겨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