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반도체 생태계론 제시
AI·HBM 확대에 진공기술 수요↑
“글로벌 경험이 최고의 경쟁력”

윤재홍 에드워드코리아 대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육성과 함께 글로벌 선도기업의 투자 유치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계 기업을 단순한 해외 자본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 기업문화까지 국내 반도체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7일 경기도 성남시 에드워드 코리아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한국에 연구개발 (R&D) 센터뿐 아니라 생산시설까지 투자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의 한국 투자를 단순히 해외 자본이 들어오는 것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 기술과 기업문화가 들어오고 고용이 창출된다”며 “한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매력을 느끼고 계속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장비사들이 한국을 찾는 배경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고객사가 자리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런 철학은 에드워드코리아가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과도 맞닿아 있다. 에드워드는 외국계 기업이지만 국내에서 R&D부터 생산·서비스까지 수행하며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윤 대표는 “영국에서 시작했고 모회사는 스웨덴 기업이지만 고객들에게는 ‘우리는 한국 회사와 같은, 한국에 깊이 뿌리내린 글로벌 회사’라고 말한다”며 “한국에서 2200여 명의 인재가 R&D와 제품 개발, 생산, 서비스까지 수행하고 공급망 역시 약 85%를 현지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룹의 비전인 ‘First in Mind, First in Choice’처럼 고객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고 가장 먼저 선택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과 가까운 곳에서 기술을 함께 개발하면 그 자체가 미래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새로운 경쟁력이 된다. 윤 대표는 대만 TSMC가 현지 공급망을 중심으로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한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 역시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이 같은 철학은 에드워드코리아를 바라보는 윤 대표의 시각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에드워드는 1919년 영국에서 출발해 100년 넘게 진공 기술을 선도해온 기업으로, 현재는 스웨덴 아틀라스콥코그룹에 속해 있다. 다만 윤 대표는 에드워드코리아를 단순한 외국계 기업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윤 대표는 “영국에서 시작한 회사이고 모회사는 스웨덴 기업이지만 고객들에게는 ‘우리는 한국회사와 같은, 한국에 깊이 뿌리내린 글로벌 회사’라고 말한다”며 “한국에서 R&D와 제품 개발, 생산, 서비스까지 수행하고 공급망 역시 약 85%를 현지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드워드는 미·중 갈등을 비롯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로컬 포 로컬(Local for Local)’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고객이 위치한 지역에서 제품 생산부터 공급망, 서비스까지 최대한 해결해 특정 국가나 공급처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충격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중국 고객은 칭다오 생산기지에서 대응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뉴욕주에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을 제외한 주요 글로벌 고객에 공급되는 제품은 한국 생산기지가 상당 부분 담당하는데, 한국이 글로벌 생산망의 핵심이며, 중요한 한 축인 셈이다.
한국 사업의 전략적 중요도와 위상도 작지 않다. 윤 대표에 따르면 에드워드의 진공펌프와 가스처리장치 사업 매출은 약 6조원 규모로, 매출이나 한국의 연구개발 및 생산 기여 등을 고려하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한다. 반도체 투자 확대에 대응해 천안 생산시설에 이어 아산에 신규 공장도 구축했다. 새 공장을 통해 국내 생산능력은 기존 대비 약 두 배로 확대됐다.
에드워드코리아가 가진 또 다른 강점은 글로벌 네트워크다. 에드워드의 진공펌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TSMC, 인텔, 마이크론 등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에 공급된다. 윤 대표는 세계 각국 고객들과 오랜 기간 공정을 함께 개발하며 쌓은 데이터와 경험을 중요한 경쟁력과 자산으로 꼽았다.
반도체는 동일한 공정이라도 기업별로 사용하는 가스와 세부 레시피가 다르다. 여러 고객의 공정 경험이 축적될수록 새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측하고 해결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윤 대표는 “세계 주요 고객들과 100년 이상 일하면서 축적한 경험과 글로벌 레퍼런스가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각 고객사의 공정과 기술 로드맵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드워드코리아는 진공펌프와 함께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처리하는 가스처리장치 사업도 벌이고 있다. 윤 대표는 진공펌프 사업을 맡은 에드워드코리아와 가스처리장치를 담당하는 CSK를 동시에 이끌고 있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진공펌프가 공정에 필요한 진공 환경을 조성한다면 가스처리장치는 이후 배출되는 공정 가스를 정화해 외부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에드워드코리아와 CSK의 통합 운영으로 공정 배기부터 가스 처리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을 함께 설계하고 서비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진공펌프와 가스처리장치 양쪽에서 글로벌 수준의 최고 기술력을 갖춘 것이 강점”이라며 “제품을 따로 공급하는 것을 넘어 설계부터 설치와 서비스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도 커진다”고 말했다.

AI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성장도 새로운 기회로 꼽힌다. 미세공정이 발전할수록 제조 단계가 늘고 사용하는 가스의 종류와 양도 증가한다. 특히 HBM 확대로 첨단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과거 진공펌프 사용이 많지 않았던 후공정까지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 대표는 “과거에는 후공정이 전공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고 진공펌프도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며 “HBM 등장 이후 패키징 기술이 부각되면서 지금은 후공정이 가장 뜨거운 분야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화는 장비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진공 성능과 공정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었다면 최근에는 전력 사용량과 탄소 배출까지 핵심 평가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반도체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확보가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른 영향이다.

첨단공정 확대는 장비업체에 새로운 숙제도 던진다. 새로운 공정 가스와 전구체가 사용되면서 펌프 내부의 부식이나 부산물 문제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펌프가 멈추면 연결된 생산 설비까지 가동을 중단해야 하고, 공정 중이던 웨이퍼가 손상될 가능성도 커진다. 자연스럽게 장비의 안정성과 유지보수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윤 대표는 “이제는 같은 성능을 구현하면서 얼마나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지가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며 “고객들은 장비 한 대의 성능보다 공장 전체의 전력 효율과 운영비 절감 효과를 함께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공펌프도 고장이 나기 전에 스스로 상태를 진단하고, 생산설비와 공정의 상태에 연동하여 효율적으로 운전되는 스마트 기능이 요구되고 있다”며 “에드워드도 저전력 제품과 예지보전(PdM)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 문제도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반도체 공장의 규모가 커지고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막대한 전력과 용수가 필요해진 만큼 장비사에도 같은 성능을 더 적은 에너지로 구현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에드워드 역시 저전력 진공펌프와 친환경 가스처리 기술 개발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윤 대표는 기술 경쟁의 바탕에도 결국 투자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1등 브랜드로서 지속적인 R&D 투자와 기술혁신이 뒷받침되어야 차별화된 가치를 담은 제품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다”며 “우리의 고객들은 유지보수비용의 효율성, 생산의 안정성, 환경안전 등을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세계 1등을 유지하려는 기업이라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품질과 기술 우위를 지켜갈 수 있는 공급망의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가 글로벌 기업의 한국 투자를 강조하는 이유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경험을 국내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여 서로 경쟁하고 협력해야 한국 반도체의 우위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결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한 기업만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완성품 업체와 소재·부품·장비 기업, 글로벌 장비사와 국내 협력사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며 함께 성장해야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어느 한 회사가 잘한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산업이 아니다”며 “고객과 장비업체, 협력사가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생태계를 키워야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에드워드코리아도 단순히 장비를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고객의 차세대 공정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기술 파트너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은 오랜 기간 성공해온 기술과 문화가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이 된 것”이라며 “한국이 반도체에서 계속 세계 1등을 유지하려면 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 문화들도 수용해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산화와 글로벌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할 전략이라는 것이 윤 대표의 생각이다. 세계 최고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고 국내 기업과 협력하는 생태계가 결국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