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침반이 출발점만 가리킨다면 목적지를 찾아가기 어렵다. 사람의 판단도 이와 닮았다. 주식을 산 가격처럼 이미 지나간 기준에 얽매이거나 최근의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 기대하며 현재의 조건을 놓치곤 한다. 신간 '결정의 과학'은 이처럼 선택을 흔드는 요인을 행동경제학과 심리학, 경영학의 관점에서 짚는다. 수익이 나면 서둘러 주식을 팔고 손실이 커지면 처분을 미루는 투자자의 행동 등을 통해 후회를 남기는 결정이 반복되는 이유와 더 나은 판단에 이르는 방법을 풀어낸다.
저자 정훈이 의사결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는 베네통의 사례가 있었다. 파격적인 광고와 마케팅으로 성공한 기업으로 배웠던 베네통이 10년 뒤에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실패 사례로 등장한 것이다. 이미 벌어진 결과를 해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 그는 기술경영학과 행동경제학, 심리학, 통계학의 이론과 자료를 토대로 판단과 예측의 문제를 연구했다. 책은 의사결정론과 행동경제학을 아우르며 착각과 과신, 생존 편향, 집단사고, 손실 회피 등이 실제 선택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논의의 무대는 투자에서 기업과 조직, 금융, 정책, 기술 분야로 확장된다. 개인의 판단을 흐리는 착각과 과신부터 예측과 집단 의사결정, 권한이 집중됐을 때 발생하는 문제, 변화의 방향을 읽는 능력까지 차례로 다룬다. 금융회사와 연구기관, 데이터 산업에서 일해온 저자의 경험도 책의 바탕을 이룬다. 고객 행동 예측과 핀테크 연구, AI 모델 개발, 데이터 전략과 신용평가 등을 담당해온 저자는 결과를 놓고 선택의 성패를 따지는 대신,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사람과 조직의 사고를 움직이는 요인을 들여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