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산 곡물 ‘직접 생산’ 허위 신청 차단…콩 관세 487%→5%
정책자금 지원 농기계 비싸게 팔면 내년부터 최대 2년 취급 제한

논밭에 물을 대거나 빼는 수로를 허가 없이 경작지로 사용하거나 물건을 쌓아둔 불법 점·사용 행위가 3477건 적발됐다. 이 중 455건은 원상회복됐고 2949건은 계고장 부착과 원상회복 명령 등 단계별 조치가 진행 중이다. 해외에서 구매한 곡물을 직접 생산한 것처럼 허위 신청해 저율관세를 적용받으려는 편법을 차단할 근거도 마련됐다. 정책자금 지원 농기계를 일반 구매자보다 비싸게 파는 업체를 내년부터 최대 2년간 취급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광역시 자치구도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도입할 수 있게 하는 등 농업·농촌 현장의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 공백을 손질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4월부터 발굴한 농업·농촌 분야 정상화 과제 39개 가운데 7개 과제에서 제도 개선이나 현장 조치가 이뤄졌다고 10일 밝혔다.
3477건의 불법 점·사용이 확인된 곳은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구거’다. 구거는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거나 빼기 위해 만든 인공 수로와 둑, 소규모 물길 등을 뜻한다. 관리 주체가 농어촌공사와 지방정부로 나뉜 데다 통일된 정비 기준도 없었다.
농식품부는 이에 6월 공통 기준을 마련하고 관계기관 합동 안전감찰에 나섰다. 이번에 공개된 3477건에는 임의 경작과 물건 적치 등이 포함됐다.
이번 구거 정비는 정부가 추진하는 하천·계곡 불법시설 정비의 하나다. 정부가 6월 5일 기준 소하천·세천과 국가·지방하천, 구거, 산림계곡 등에서 확인한 불법시설은 8만3575건이다. 물 흐름이나 치수 안전에 지장을 주는 시설은 원상회복하고 공공자원을 무단 점용해 사적 이익을 얻는 행위는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농업 기반시설뿐 아니라 해외농업개발용 저율관세 제도의 편법 이용을 막는 장치도 마련됐다. 정부는 해외 진출 기업이 현지에서 직접 생산한 곡물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도록 세계무역기구(WTO) 시장접근물량(TRQ) 해외농업개발용 수입권공매를 운영한다. 콩은 일반 양허관세율이 487%지만 TRQ 물량에는 5%가 적용된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해외농업자원 국내반입 지원업무 위탁에 관한 고시’를 제정해 현지에서 직접 생산한 곡물을 수입하는 기업만 공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현지에서 구매한 곡물을 직접 생산한 것처럼 허위 신청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다만 그동안 허위 신청이 실제 적발됐는지, 그에 따라 관세 혜택이 부당하게 적용된 사례가 있는지는 자료에 제시되지 않았다.
농기계 분야에서는 정책자금을 지원받는 농민에게 같은 농기계를 일반 구매자보다 비싸게 파는 이중가격 판매가 제재 대상이 된다. 내년 1월 8일부터 이중가격으로 판매하거나 담합으로 가격을 부당하게 올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 명령을 받은 제조·수입·판매업자는 정책자금 지원 농기계 취급 대상에서 최대 2년간 제외될 수 있다. 농기계 전체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제외 기준과 절차는 시행규칙으로 정한다.
농촌 인력 제도도 손봤다. 종전에는 시장·군수만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지난달 지침 개정으로 광역시 자치구의 구청장도 신청 자격을 얻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정 인원은 역대 최대인 9만3503명이다.
식품명인 지정과 액비·복지용 쌀 관련 절차도 개선했다. 식품명인이 활동하기 어렵거나 지정 해제를 요청하는 등 승계 사유가 발생하면 대한민국식품명인 전수자의 명인 지정 기간은 약 7개월에서 2개월 이내로 단축된다. 현재 활동 중인 식품명인은 88명이다. 액비 시비처방서 발급 과정에서는 분석 주체를 농업기술센터에서 민간업체까지 넓히고 최근 3년 이내 토양검정 결과 등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경로당과 무료급식단체 등은 지난달부터 친환경 인증 쌀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으며 정부는 2027년부터 복지용 쌀에 현미를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박순연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국가 정상화 프로젝트는 현장의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 공백 등을 바로잡아 국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앞으로 농업·농촌 분야 정상화 과제들이 현장에서 실질적 성과로 신속하게 도출될 수 있도록 이행 상황을 철저히 점검하는 한편 추가적인 정상화 과제 발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