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황근의 시선] 한국 레거시 방송엔 ‘날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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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방송史 산증인 NBC 경영위기설
파산직면 JTBC 인수 희망기업 여럿
변화된 미디어시장 ‘지속성’ 주목돼

오래전부터 예고되어 왔던 전통 미디어의 종말이 시작된 걸까. “부자가 망해도 10년은 간다”고 온라인 매체들의 급성장 와중에도 레거시 미디어들은 굳건히 버텨 온 느낌이다. 대다수 방송 매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몇몇 방송사들은 1~2년 전까지도 흑자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몇 달 전 JTBC 파산 소식이 들려왔다. “한번 방송은 영원한 방송”이란 불패 신화가 깨진 것이다. 법원에서 회생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어떤 언론에는 JTBC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렇지만 “돈도 벌고 ‘가오’도 나는” 방송을 더 이상 기대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미국 컴캐스트가 NBC유니버설을 비롯한 콘텐츠 부문 분사를 발표했다. 지역케이블TV로 시작한 컴캐스트는 2001년 AT&T의 브로드밴드 사업을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의 유료 방송사업자로 급성장했다. 2011년에는 NBC유니버설까지 사들여 콘텐츠와 네트워크를 내부화해 수직적 통합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미디어 주도권이 온라인 네트워크로 이동하면서 내부 콘텐츠를 자가망으로 전송하는 융합 전략이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다. 올해 초 케이블 네트워크를 별도 상장사로 분리한 데 이어 콘텐츠 부문까지 분사하는 ‘언번들링(unbundling)’을 단행한 이유다.

주요 케이블채널과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 그리고 위성방송 스카이가 함께 분사되지만,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NBC다. NBC는 1926년 ‘라디오의 황제’로 불리던 사르노프가 주도해 만든 세계 최초의 네트워크 방송이다. 이후 제휴국 수가 늘어나 블루(blue)·레드(red) 두 개 네트워크로 분리되었다, NBC 블루는 ABC로 독립하였다.

공교롭게 2026년은 NBC가 설립 100년이 되는 해다. NBC 역사가 곧 미국 방송사인 셈이다. 1930년대 말 텔레비전 도입을 주도해 라디오가 TV를 함께 소유하는 현재 구조를 만들기도 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투데이(Today)나 투나잇쇼(Tonight Show), 모 채널에서 프로그램 이름으로 쓰고 있는 SNL(Saturday Night Live) 같은 코미디는 NBC를 상징하는 프로그램들이다.

이후 소유주가 제너럴일렉트릭(GE)으로 바뀌었지만, NBC 위세는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2004년에는 비방디가 소유하고 있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인수해 지금의 NBC유니버설이 되었다. 어쩌면 여기가 정점이었다 할 수 있다. 2011년 컴캐스트에 인수되면서 통신사업자에게 주도권이 넘어간 것이다.

그래서 이번 분사 조치를 NBC유니버설 매각을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NBC유니버설 경영 상태가 최악은 아니다. 강점인 NBA, 동계올림픽, 슈퍼볼 같은 대형 스포츠 중계를 계속해 왔고, 2032년 미국 올림픽 중계권까지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외형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상승으로 손익 교차점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NBC유니버설이 다른 사업을 인수할 가능성보다 매각되는 스핀오프(spin-off) 시나리오가 설득력이 높다. 플랫폼사업자들이 콘텐츠 부문을 내부화하는 것보다 제휴를 통해 공급받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넷플릭스가 디스커버리를 빼고 워너브러더스만 인수하려 했던 것처럼 경쟁력 있는 부분만 선별적으로 인수하려 할 수도 있다.

어쩌면 NBC라는 지상파방송이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 인터넷 양방향 매체에 기술적으로 밀리고, 콘텐츠 확보 능력마저 취약해진 상태다. ‘100년의 방송 시대 종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와 대조적으로 막대한 부채로 사실상 파산한 JTBC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꽤 있다고 한다. 추락하는 것은 같은데 마치 한국의 레거시 방송들은 날개가 달린 것 같다. 그 날개가 뭔지 짐작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정상은 아닐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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