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48% 더 심었더니 값 반토막…2만5000톤 ‘소주 원료’로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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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13만5881톤, 연간 수요 최대 2만5881톤 웃돌아
기존 계약 포함 6만5000톤 주정용…매입 단가·시기는 미공개

▲6월 8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탑동 시민농장을 찾은 시민들이 누렇게 익은 청보리밭을 바라보며 산책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일부 산지에서 40㎏당 8만원대까지 올랐던 보리값이 올해 3만~4만원대로 급락했다. 가격 상승으로 농가가 재배를 늘리면서 생산량이 연간 국내 수요를 최대 2만6000톤 가까이 웃돌았기 때문이다. 산지농협 창고에 팔 곳을 찾지 못한 보리가 쌓이자 주정업계가 기존 계약물량 외에 2만5000톤을 소주 원료용으로 추가 매입한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보리 생산량은 13만5881톤으로 지난해 9만2224톤보다 47.3% 증가했다. 2020년 14만3669톤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고 증가율은 2001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높다.

생산량이 급증한 것은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늘어서가 아니라 재배면적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보리 재배면적은 3만7250㏊로 전년보다 47.6% 증가해 201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10a당 생산량은 365㎏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2024년 생산량이 역대 최소인 7만891톤까지 줄고 지난해에도 9만2224톤에 그치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 재배 확대를 불렀다. 지난해 파종기 보리 가격은 전년보다 약 31% 상승했다. 전략작물직불제 지급 요건을 충족하는 논에서 보리를 재배하면 ㏊당 50만원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생산량은 국내 연간 보리 수요량인 11만~12만톤보다 1만5881~2만5881톤 많다. 지난해 40㎏당 8만~8만5000원이던 일부 산지의 보리 매입가격은 올해 3만1000~4만원대로 떨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농가 수익선으로 보는 3만원대 중반에도 못 미치는 거래가 나타났다.

가격이 내려가도 판로는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농업계에 따르면 지역농협들이 계약물량 외에 추가로 사들인 보리는 2만5000~3만톤으로 추산된다. 올해 1~5월 보리·맥아 수입량도 8만9639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7.3% 증가했다. 미국산 보리·맥아와 캐나다산 맥아의 관세가 올해 철폐되면서 국산 보리의 가격 경쟁력도 더 약해졌다.

농식품부는 농협경제지주 및 국내 주정회사 8곳과 협의해 이들 회사가 올해 생산된 보리 가운데 기존 계약재배 물량 4만톤에 더해 2만5000톤을 주정용으로 특별 매입하도록 했다. 특별매입 물량은 전체 생산량의 18.4%다. 기존 계약물량까지 합치면 생산량의 47.8%인 6만5000톤이 주정용으로 흡수된다.

이번 특별매입 규모는 산지농협이 추가로 떠안은 물량과 비슷해 당장의 재고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실제 산지 재고 해소 효과는 매입가격과 시기, 품종별 배정 물량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주류 소비 감소로 주정 사용량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일회성 매입을 넘어 국산 보리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정혜련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이번 8개 주정회사의 보리 계약재배 및 특별 매입은 기업과 농업 상생의 모범사례이며, 현장 농업인의 걱정을 덜고 수급 불안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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