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40℃ 현장⋯“얼음 목도리ㆍ워터터널에 그나마 버텨요”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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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작업에 고령 근무자 많아
온열질환 곧바로 안전사고행
작업 시간 오전 5시로 앞당겨
팥빙수ㆍ이온음료 등 먹거리도

▲40도 넘는 아스팔트 도로 작업 현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유독 더 뜨겁고 습한 올 여름, 체감온도 1도라도 낮출 수 있다면⋯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고 뜨거운 공기에 숨쉬기조차 버거운 극한 더위가 이어지면서 건설 현장들도 '폭염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한낮 기온은 40도 안팎까지 치솟으며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졌다. 폭염이 본격화하면 건설 현장의 긴장감도 덩달아 높아진다. 업종 특성상 야외 작업 비중이 크고 고령 근무자도 적지 않아 온열질환이 곧바로 안전사고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한여름 건설사들의 관심은 온통 ‘더위 식히기’에 쏠린다. 얼음과 냉수를 수시로 공급하는 것은 물론 아이스 목도리, 워터터널 등 각종 냉방 대책을 마련하고 근무시간까지 앞당겨 가장 더운 시간대를 피하고 있다.

▲대우건설 '의정부푸르지오클라시엘'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아이스 목도리를 착용하는 모습. (이세령 기자 iselyeong@)

35도 넘자 야외 작업 '스톱'

7일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대우건설 ‘의정부푸르지오클라시엘’ 현장. 1층에 설치된 온도 측정계는 한낮이 되자 40도를 가리켰다. 햇볕이 그대로 내리꽂히는 야외에서는 잠시 서 있기만 해도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날씨였다.

기온이 극한으로 치달은 만큼 현장 곳곳에서는 더위를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했다. 체감온도가 35도를 웃돌면서 옥외 작업은 중단됐고, 근로자들은 팔토시와 자외선 차단 마스크, 냉방조끼 등을 착용한 채 폭염에 대비했다. 이 현장은 지난해 대우건설 국내 현장 안전 우수사례로 선정된 곳으로, 올해도 다양한 온열질환·중대재해 예방 대책을 이어가고 있다.

더위와 맞서 싸워야 하는 근로자들이 작업 시작에 앞서 발길을 향한 곳은 제빙기였다. 이는 아이스 목도리를 만들기 위한 얼음이다. 현장 안전관리팀은 제빙기 안 수북이 쌓인 얼음들을 꺼내 기다란 봉투에 담아 아이스 목도리를 만들었다. 근로자들은 아이스 목도리를 받아들어 목에 걸고 일터로 향했다.

박근우 대우건설 현장 안전관리팀 책임은 “작업 중에는 아이스 목도리를 계속 착용하기 어렵지만 이동하거나 휴식을 취할 때 더위를 식히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장 근로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작업자 A씨는 “아이스 목도리를 목에 걸고 다니면 체감온도가 확연히 낮아지는 느낌이 든다”고 답했다.

제빙기 옆에는 길게 뻗은 워터터널이 설치돼 있었다. 현장의 끝과 끝을 잇는 이동통로이자 잠시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쿨링 길’이다. 근로자들은 터널을 지나는 동안 위쪽에서 분사되는 물로 더위를 식히고 중간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잠시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김동철 대우건설 현장소장은 “워터터널에 대한 현장 직원들의 체감 효과가 크다”며 “잠깐만 지나가도 물이 몸에 닿으면서 체온이 내려가고, 이후 물이 증발하는 과정에서도 열을 빼앗아가 시원함이 오래 지속된다”고 말했다.

최상층에 설치된 간이 휴게실도 눈에 띄었다. 공사가 진행돼 건물이 한 층씩 올라갈 때마다 휴게실도 함께 위로 옮겨지는 방식이다. 최상층 골조 작업은 햇볕과 복사열에 그대로 노출돼 다른 공정보다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더위가 더 크다. 과거에는 휴식을 위해 1층까지 내려가야 했지만 이제는 작업장 가까운 곳에서 곧바로 쉴 수 있다.

▲'의정부푸르지오클라시엘' 아파트 공사 최상층에 위치한 간이 휴게실 모습. (이세령 기자 iselyeong@)

오후 1시 전 작업 마감·휴식은 틈틈이

이번 주 들어 폭염의 기세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낮 최고기온이 여전히 34도 안팎까지 오르는 등 무더위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건설 현장의 폭염과의 전쟁도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작업시간 조정과 휴식 확대 등 안전장치를 잇달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은 폭염 단계를 4단계로 나눠 작업과 휴식시간을 관리하고, 휴게시설 이용 근로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운영한다. 폭염경보가 내려지는 체감온도 35도 이상에서는 오후 1시 이후 옥외작업을 중지한다.

출근 시간을 새벽으로 앞당기는 현장도 늘고 있다. DL이앤씨는 근무시간을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로 설정해 무더위 시간대 작업을 피한다. 폭염주의보 때는 2시간 작업 후 20분, 폭염경보 때는 1시간 작업 후 15분간 의무적으로 쉬고 중대경보가 내려지면 모든 옥외작업을 중단한다. 보건버스도 현장에 배치했다.

롯데건설도 폭염이 예상되면 기존 오전 7시~오후 4시 근무를 오전 5시~오후 2시로 조정해 가장 더운 시간대 작업을 피한다. IPARK현대산업개발 역시 현장 여건에 따라 오전 5시부터 작업을 시작하며 체감온도 38도 이상에서는 옥외작업을 전면 중단한다.

잠시라도 더위를 잊도록 먹거리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호반그룹은 전국 10개 건설현장에 '호반사랑 푸드트럭'을 보내 팥빙수와 냉음료 2700인분을 제공했다. 금호건설은 롯데칠성음료와 협약을 맺고 전국 현장에 생수와 이온음료, 이온분말 등을 지원하고 있다.

▲IPARK현대산업개발 '운정 아이파크 포레스트' 현장에서 혹서기 온열질환 예방 캠페인이 한창인 모습. (사진제공=IPARK현대산업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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