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수입가격도 설정...반덤핑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 파생제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외국산 폴리실리콘 의존도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실리콘웨이퍼, 태양광 전지, 태양광 모듈을 포함한 수입산 폴리실리콘 파생제품에 12월 4일부터 1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포고령에 서명했다.
이와 함께 폴리실리콘의 최저 수입 가격(MIP)을 kg당 21달러(약 2만 9910원)로 못 박았다. 폴리실리콘 잉곳(폴리실리콘 원통형 덩어리)과 웨이퍼의 경우 1㎏당 100달러로 최저수입가격을 설정하고, 태양광 전지와 태양광 모듈은 각각 와트당 22센트, 38센트로 정했다. 이를 통해 중국과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한 저가 제품의 덤핑을 막고, 미국 제조업체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포고령에서 “폴리실리콘 파생상품의 수입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훼손할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해당 수입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7월 착수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부과나 수입 제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미국은 2000년대 초중반 폴리실리콘 생산을 주도했으나, 중국 기업들이 이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2010년 말에는 중국이 세계 최대 생산국이 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폴리실리콘의 90% 가까이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은 시장 점유율이 2%도 안 된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는 폴리실리콘과 그 파생제품의 미국 생산을 유치하거나 확대하기 위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포함하며, 상무부 장관은 이러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기업별 맞춤 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폴리실리콘 관련 제조시설을 짓는 기업에 이번 조처에 따른 관세 부과 없이 수입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물론 국내 태양광 업계는 이번 조치의 영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값싼 중국산 제품의 미국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게 되면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는 이번 조치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화큐셀은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앤디 박 한화큐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스(NYT)에 “오늘 백악관의 결정은 미국 태양광 에너지 제조업의 현실을 반영하면서 폴리실리콘부터 완제품 패널에 이르는 전체 공급망을 미국 내로 이전하겠다는 우리의 공동 목표를 진전하는 데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태양광 셀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최대 태양광 제조업체인 퍼스트솔라의 주가는 이날 3% 올랐고, T1에너지도 1.28% 상승 마감했다. T1에너지의 댄 바르셀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조치가 미국 첨단 제조업과 국내 에너지 공급망 투자에 있어서 결정적 승리”라고 환영했다.
반면 태양광 발전 업계의 경우 새로운 수입 관세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가 트럼프 취임으로 화석연료 선호 정책으로 선회하며 재생에너지 관련 연방 보조금을 삭감한 가운데 업계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