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책은행 직원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선다. 정부가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2차 지방이전 계획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정책금융 및 은행권이 포함될 것이라는 여러 풍문이 나돌자 선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겠다는 차원에서다. 이번에는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3개 은행 직원들이 처음으로 공동 대응에 나선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노동조합이 11일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반대하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해당 은행들은 모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소속이다. 국책은행 3사 지부가 지방이전 저지를 위해 집회를 공동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회는 산업은행(산은) 본점이 위치한 여의도 옆 대로변에서 개최된다.
이번 집회에는 3개 은행 노조 조합원 20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회는 은행을 찾은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 영업시간이 종료된 이후인 오후 7시부터 한 시간 반 가량 진행된다. 이 자리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과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이 참석해 연대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중 김현정 의원의 경우 비씨카드 노조위원장,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을 역임한 노동계 인사다. 국책은행 2030 직원들도 현장 발언에 나선다.
이들은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이 정책금융 수행 역량을 떨어뜨리고 금융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 부처와 금융회사, 국내외 투자기관 등이 서울에 집중된 상황에서 본점을 이전하면 정책 공조와 금융 지원 업무의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집회를 통해 금융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이전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방 이전이 정책금융 수행역량과 금융산업 경쟁력에 미칠 부작용을 경고하고 금융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이전에 반대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이 자리에서 공동 결의문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 이전을 둘러싼 국책은행과 정부 간 공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산은은 직전 정부인 윤석열 정부에서도 부산 이전 대상으로 선정돼 장기간 저지 투쟁을 벌였다. 당시 산은의 부산 이전은 윤 정부의 주요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로, 2023년 5월 국토교통부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결정 및 고시하면서 본격화됐다.
산은 지방 이전의 발목을 잡은 것은 바로 법 규정이었다. 산업은행법 4조에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조항이 담겨 있어 법 개정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했던 것. 그러나 내부의 강력한 반발과 적정성 공방 속 해당 조항을 수정하는 산은법 개정은 속도를 내지 못했고 정책 공회전이 이어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서를 먼저 내려보내거나 기능을 분산하는 부서 쪼개기 및 편법적 인력 파견 등 변칙적 시도가 잇따라 내부 갈등도 확산됐다.
그러다 비상계엄 파동과 탄핵 정국을 맞으면서 국회 내 산은법 개정 논의는 전면 중단됐다. 핵심 동력이었던 대통령 파면으로 사실상 추진력을 상실한 것이다. 새 정부 출범 후 내부 출신인 박상진 신임 산은 회장이 '금융중심지 역할론'을 내세우면서 지방 이전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그러나 수 년간의 갈등 속 내부 인력들이 대거 이탈하는 등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이번에는 국책은행에 속하지 않지만 국토교통부(국토부) 소관인 농협중앙회와 범농협 본사의 지방이전 가능성도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국토부가 직접 "지방 이전 대상기관 및 이전 지역은 전혀 결정된 바 없다"고 반박했지만 농협 직원들은 지난달 하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농협 본사 지방이전 저지 집회’를 열고 본사 이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하게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