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하지만 부드러운 가속, B&W 사운드로 완성한 주행 감성

'안전의 대명사' 볼보자동차가 브랜드의 기술력을 집약한 순수 전기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X90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EX90은 단순한 대형 전기 SUV가 아니라 볼보가 추구하는 미래 안전 기술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프리미엄 감성을 모두 담은 모델이다. 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경기도 의정부 아나키아까지 왕복 약 64㎞ 구간을 달리며 EX90의 완성도를 직접 확인해봤다.
첫인상은 '역시 볼보다'였다. 군더더기 없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시승 차량인 블랙 컬러는 차체 크기에도 불구하고 둔한 느낌보다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볼보 특유의 '토르의 망치' 주간주행등과 매끈한 차체 라인은 플래그십 SUV다운 존재감을 드러냈다.
실내는 '프리미엄 거실'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나파 가죽 시트의 착좌감은 장거리 이동에도 피로감을 줄여줄 만큼 편안했다. 조수석에 앉아보니 다리를 편하게 뻗을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공간이 확보됐다. 2열은 물론 전동식으로 작동하는 3열 폴딩 기능도 직관적이었다. 필요에 따라 적재 공간을 쉽게 확보할 수 있어 패밀리카로 활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주행 성능 역시 플래그십다운 여유가 느껴졌다. 가속페달을 밟자 차체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럽게 속도를 끌어올렸다. 시속 100㎞까지의 가속도 답답함이 없었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도 잘 억제돼 고속 주행에서도 실내는 조용했다. 약 30㎞를 주행한 뒤 계기판에 표시된 전비는 4.0㎞/kWh였다.
한여름 시승이었지만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를 통해 실내가 과도하게 뜨거워진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울트라 트림에 적용되는 일렉트로크로믹 글라스 루프는 버튼 하나로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어 직사광선 유입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오디오 성능도 인상적이었다. 바워스앤윌킨스(Bowers & Wilkins) 사운드 시스템은 음악을 재생하는 순간 마치 거실에 사운드바를 설치해 놓은 듯한 입체감을 전달했다. 단순히 음량이 큰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감싸는 음향이 인상적이었다. 25개 스피커와 돌비 애트모스 기술이 적용된 이유를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EX90의 핵심 경쟁력은 역시 안전이다. 차량에는 5개의 레이더와 5개의 카메라, 12개의 초음파 센서를 활용한 '안전 공간 기술'이 적용됐다. 운전자의 시선과 머리 움직임을 감지하는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어린이나 반려동물을 감지하는 실내 승객 감지 시스템 등 볼보가 축적해온 안전 기술이 총망라됐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대부분의 차량 기능이 14.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공조장치나 각종 설정을 변경하려면 화면을 여러 차례 조작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익숙해지면 편리할 수 있지만 운전 중에는 물리 버튼보다 시선이 오래 머무는 만큼 적응 기간이 필요해 보였다.
EX90은 '안전은 타협하지 않는다'는 볼보의 철학을 가장 현대적으로 구현한 모델이었다. 전기차다운 강력한 성능과 정숙성, 프리미엄 실내 공간에 첨단 안전 기술까지 더했다. 안전과 기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