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객만 늘리면 끝?⋯한은 "체류·지출 복합공략해야 6조 부가가치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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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서비스수출 관점에서 본 관광산업' 보고서
단순 유치 넘어 '지갑 열게 하는' 질적 성장 전환 시급
체류·지출액 동시 개선 시 정책 부담 줄고 효과 극대화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의 카드 이용액이 1년 전보다 50% 넘게 증가했다. 3일 BC카드가 외국인 카드 약 330만 장의 이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 카드 이용액은 53.6%, 결제 건수는 40.3% 늘었다. 특히 중국 관광객의 카드 이용액이 82.7% 증가하며 전체 성장을 이끌었다. 소비 업종도 쇼핑 중심에서 의료와 체험·여가로 넓어졌다. 결제 건수는 의료 업종이 75.3%, 체험·여가 업종은 121.7% 늘었다. 이날 서울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외국인 관광객(방한객) 수에만 의존하던 기존 관광산업 정책의 패러다임을 '서비스 수출'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한국은행 제언이 나왔다. 이미 우리나라 인구의 37%가 매년 한국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방한객의 양적 확대에 더해 체류 일수와 지출액을 복합적으로 늘린다면 약 6조3000억원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5일 한은 조사국(정선영 아태경제팀장, 김선중 조사역, 양준빈 경기동향팀 과장, 최준 전 거시분석팀 차장)이 '서비스수출 관점에서 본 관광산업의 성장효과와 정책방향' 제하의 BOK이슈노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를 찾은 방한객 수는 약 1894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최고치(1750만 명)를 훌쩍 넘어섰다.

K콘텐츠의 전세계적 인기 속 한국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관광 수출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점차 커지고 있다. 2000년 이후 관광 수출의 GDP 성장 기여도는 연평균 0.04%포인트(p)였으나, 방한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된 2022~2025년에는 연평균 0.15%p로 3배 이상 확대됐다. 전체 성장 기여도의 약 60%는 숙박·음식·운송 등 직접적인 관광 산업에서, 나머지 40%는 이들 산업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후방 연관 산업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한은 설명이다.

▲방한객 추이 및 1인/1일 평균 지출경비 (사진제공=한국은행)

반면 방한객들이 한국에서 지출하는 비용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2021년 4000달러를 웃돌던 1인 평균지출경비는 4년 연속 감소해 지난해 기준 1800달러대에 그쳤다. 방한객 1인당 하루 평균 지출경비 역시 2024년 326달러에서 2025년 321달러로 감소했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GDP 대비 부가가치 비중은 1.7%로 글로벌 평균(3.5%)보다 낮다. 정선영 한은 아태경제팀장은 "방한객 1인당 지출액 감소는 과거와 같은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면세점 대량 쇼핑이 줄어든 데다 체류시간이 짧은 크루즈 관광객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방한객에 대한 부가가치를 어떻게 더 끌어올릴 것인가다. 한은은 2003년부터 관광입국 정책을 펼쳐 2025년 GDP 대비 관광수출 비율 1.46%(한국 1.17%)를 달성한 일본을 벤치마킹해 시나리오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가 일본 수준의 관광 수출 규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2025년 대비 관광 수출액이 55억6000만달러(25.4%) 더 증가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목표가 달성될 경우 유발되는 국내 부가가치는 44억달러(원화 약 6조3000억 원)로, 2025년 명목 GDP의 0.235%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은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방한객 수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복합 공략'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한 가지 변수만으로 목표를 채우려면 방한객 수를 현재보다 481만명 더 늘리거나, 1인당 1일 지출을 45.2달러 높여야 하는 등 25% 이상의 무리한 조정이 필요하다. 반면 평균 체류 일수(현재 6.5일)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방한객 수를 226만명만 늘리고 1일 평균 지출을 21.3달러 높이는 식으로 조합하면 훨씬 수월하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여기에 의료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지출 비중을 현행 17.2%에서 35.0%로 높이고, 주요 숙박 및 항공 등의 부가가치율을 개선하면 국내 부가가치 창출액은 6조7000억원까지 추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팀장은 "의료ㆍ미용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경우 일본ㆍ대만 등 근거리 고소득 국가에서 큰 소비를 하고 돌아가는 패턴이 확인된다"며 "저부가가치로 인식되는 호텔 등 숙박, 음식점 등도 프리미엄 상품을 개발하는 등의 방식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을 지향할 필요도 있다"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같이 국내 지역 관광 거점 육성을 활성화하는 부분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실제 여행플랫폼(트립어드바이저)이 추천한 한국과 일본 주요 관광지 10위권 순위를 보면 한국은 해운대(부산)와 감천문화마을(부산)을 제외한 8곳이 서울 소재로 파악됐다. 반면 일본의 경우 교토 4곳, 오사카 2곳, 도쿄 2곳, 나라 1곳, 치바 1곳으로 다양한 지역에 분포해 있었다. 또 한국의 경우 여러 번 방문한 관광객일수록 수도권 방문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지역 관광거점 간 연계와 체류형 콘텐츠를 확충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정 팀장은 "관광의 진정한 경제적 성과는 방한객 유치뿐 아니라, 이들의 체류와 지출이 확대되고 그 지출이 국내 산업의 생산과 부가가치로 전환될 때 비로소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면서 "현재 추진 중인 정책이 관광수출 확대와 부가가치 제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점검하고 개별정책에 유기적으로 연계해 관광정책 일관성과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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