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과 반대 길 걷는 한은, 정교한 가이던스 통제력 '눈길'
'사라진 힌트' 안갯속 지표ㆍ정책에 꽉 잡을 닻 역할 해야

올해 상반기 세계 금융시장 이목을 집중시킨 두 통화정책 사령탑이 나란히 취임했다. 4월 한국은행의 지휘봉을 잡은 신현송 총재와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수장이 된 케빈 워시 의장이 바로 이들이다. 세계적 석학 출신의 경제학자와 월가 뱅커 출신이라는 이력만큼이나 두 수장의 입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케빈 워시 의장은 취임 직후인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체제 변화)'를 본격 단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의장의 침묵이다. 그는 정책 성명서를 대폭 축소하고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금리 안내)'를 사실상 폐기했다. 취임 후 첫 참석한 FOMC 회의에서 점도표에 의장 자신의 전망치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점도표나 가이던스가 약속처럼 굳어져 통화정책 유연성을 해친다는 것이 워시 의장의 시각이다.
지난달 열린 FOMC에서도 이 같은 기조는 이어졌다. 정책금리(3.50~3.75%)를 동결하면서도 워시 의장은 "할 말이 있을 때만 하겠다"며 시장에 명확한 가이던스를 내비치지 않았다. 만장일치 결정이던 전월과 달리 3명의 위원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금리 인상을 주장하며 소수의견을 냈지만 워시 의장은 이에 대해서도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중동 전쟁부터 인플레이션까지 여러 통화정책 변수가 산적한 상황에서 연준의 '깜깜이 행보'에 시장 혼란은 한층 가중되는 모양새다.
반면 신현송 총재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데이터와 메커니즘에 기반한 화법을 구사하는 그는 연준의 소통 축소 흐름 속에서도 한은만의 '포워드 가이던스'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 우려와 달리 신 총재는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 현행 조건부 금리 전망(이른바 K-점도표) 체제에 대해 "단기로는 현 체제를 계속 이끌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제도를 점검하고 평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정책 연속성을 강조한 것으로, 곧장 소통의 창을 닫아버린 미국과 확연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미국발 포워드 가이던스 실종은 전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금리와 환율, 수출 등이 연준 행보에 즉각 반응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그 파급력은 더욱 크다. 연준의 속내를 읽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친절한 연준'이라는 동아줄이 사라진 지금, 양방향 소통에 방점을 둔 신 총재의 입이 단순한 금리 힌트를 넘어 우리 경제의 변동성을 제어할 든든한 닻이 되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