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패턴은 블록 엔지니어가 포착…피해자 제보로 2·3차 공격 추가 확인
미국 당국·거래소·보안업계와 조사 공유…활성 주소 급증에도 일부 영향 가능성

비트코인 하드웨어 지갑 ‘콜드카드(COLDCARD)’의 낮은 엔트로피(시드 생성에 사용되는 무작위성)를 악용한 탈취 사건의 피해 규모가 1367 BTC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갤럭시리서치는 피해자 제보를 토대로 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미국 관계 당국과 가상자산 거래소, 보안업계에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3일 갤럭시리서치는 공식 엑스(X)를 통해 콜드카드에서 생성된 주소를 겨냥한 탈취 사건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며 추가 조사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갤럭시리서치가 2일 공개한 온체인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4585개 주소에서 총 1367.05 BTC가 빠져나갔다. 당시 가격 기준 약 8860만달러 규모다.
이번 사건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암호기술이 뚫린 것이 아니라, 콜드카드 일부 제품에서 시드를 생성할 때 충분한 무작위성이 확보되지 않은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격자는 피해자의 기기에 직접 접근하지 않고도 생성 가능한 시드 후보를 계산해 개인키를 재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 제보로 2·3차 공격 확인…조사 범위 확대
갤럭시리서치에 따르면 첫 번째 공격 패턴은 비트코인 지갑 개발사 블록(Block)의 엔지니어들이 처음 확인했다. 이후 피해자들이 주소와 거래식별번호(TXID)를 제보하면서 두 번째와 세 번째 공격에 해당하는 추가 거래 패턴이 발견됐다.
갤럭시리서치는 피해자들에게 개인 신원정보 없이 피해 주소와 TXID만 제공해도 조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관련 제보를 요청했다.
확인된 분석 결과는 미국 관계 당국과 암호화폐 보안 대응 조직 SEAL, 가상자산 거래소, 사이버 수사기관 등에 공유되고 있다. 갤럭시리서치는 사건 범위와 피해 현황을 계속 조사한 뒤 상세 분석을 추가로 공개할 방침이다.
41분 만에 1082 BTC…세 차례 걸쳐 피해 확대
첫 번째 공격은 지난달 30일 오전 1시 10분부터 1시 51분까지 협정세계시(UTC) 기준 약 41분 동안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1195개 주소에서 1082.65 BTC가 빠져나갔다.
가장 큰 자금 흐름에는 500차례의 스윕 거래(주소에 남은 비트코인 잔액을 한 번에 다른 주소로 옮기는 거래)를 통해 594.48 BTC가 모였다. 초기에 알려진 ‘약 500개 주소·594 BTC’는 전체 피해가 아니라 1차 공격에서 확인된 여러 자금 흐름 가운데 가장 큰 한 갈래만 집계한 수치다.
두 번째 공격에서는 1478개 주소에서 76.16 BTC가, 세 번째 공격에서는 1912개 주소에서 208.24 BTC가 추가로 유출됐다. 이를 합하면 피해 주소는 4585개, 유출액은 1367.05 BTC다.
갤럭시리서치 분석 당시 탈취 자금은 공격자 측 주소에 머물러 있었다. 다만 비트코인에는 네트워크 차원에서 특정 주소를 동결하는 기능이 없어 추가 이동 가능성은 남아 있다.
주소 잔액 통째로 비운 자동화 스윕
피해 주소에서는 보유한 비트코인 전액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각 주소의 미사용거래출력(UTXO)을 공격자 주소로 모두 옮기는 스윕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첫 공격 이후에도 피해 주소가 계속 발견된 점을 고려하면 특정 피해자 한 명을 노리기보다, 취약한 방식으로 생성될 수 있는 시드 후보와 파생 주소를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탐색한 공격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갤럭시리서치가 분류한 4585개 주소가 모두 콜드카드에서 생성됐는지는 제조사가 개별 확인한 것은 아니다. 현재 피해 규모는 거래 형태와 자금 이동 경로 등 온체인 패턴을 바탕으로 한 분석 결과다.
활성 주소 80만9000개 급증…스윕 일부 반영 가능성
공격 발생 시기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주소 활동도 크게 늘었다. 크립토퀀트 차트상 비트코인 일일 활성 주소는 최근 약 80만9000개까지 증가했다.

이번 공격에서는 피해 주소 4585개와 공격자의 수집·중간 주소가 단기간에 움직였다. 이에 따라 대규모 스윕 거래가 활성 주소 증가에 일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피해 주소는 전체 활성 주소의 약 0.6%에 그친다. 활성 주소에는 일반 송금과 거래소 입출금, UTXO 정리 등 모든 온체인 활동이 포함되므로 이번 사건을 전체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패치만으로 기존 시드 안전해지지 않아”
국내 하드웨어 지갑 업체 디센트 관계자는 취약한 환경에서 이미 생성된 기존 시드는 최신 펌웨어를 설치하더라도 안전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펌웨어 패치는 이후 새로 생성되는 시드의 난수 문제를 수정할 뿐, 과거 취약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시드의 위험까지 해소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디센트 관계자는 “기존 시드를 새 펌웨어나 다른 지갑 프로그램에 복원해 사용하더라도 취약성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최신 펌웨어를 설치한 뒤 새로운 시드를 생성하고 기존 지갑의 비트코인을 새 지갑으로 모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는 콜드카드의 시드 생성 과정에서 충분히 예측하기 어려운 난수가 만들어지지 않은 데서 비롯된 문제라며, 이미 생성된 시드를 계속 사용하는 대신 새로운 시드를 기반으로 한 지갑으로 자산을 이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드웨어 지갑의 보안에서는 개인키를 어떤 방식으로 생성하고 보관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센트의 경우 개인키를 EAL6+ 인증 시큐어 엘리먼트(SE) 내부에서 생성·보관하며, 거래 서명도 해당 보안칩 내부에서 처리한다고 밝혔다.
코인카이트도 새 시드 생성·자산 이전 권고
비트코인 전용 하드웨어 지갑 콜드카드를 만든 캐나다 보안 하드웨어 업체 코인카이트는 이용자들에게 시드를 생성할 당시 사용한 기기 모델과 펌웨어 버전을 확인하라고 안내했다.
코인카이트는 취약한 펌웨어에서 생성된 기존 시드는 펌웨어를 업데이트해도 변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사는 영향을 받는 이용자에게 수정된 펌웨어를 설치한 뒤 새로운 시드를 생성하고, 기존 지갑의 비트코인을 새 지갑 주소로 이전하라고 권고했다.
또 기존 시드를 다른 기기에 복원하는 대신 새로운 시드를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 지갑으로 자금을 옮길 때는 기기 화면에서 수신 주소를 확인하고 소액을 먼저 전송한 뒤 나머지 자금을 이전하도록 안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