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농협 개혁’ 더 이상 미뤄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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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제공 = 윤준병 의원실)

지금으로부터 65년 전인 1961년, 농업협동조합법이 제정됐다. 농업협동조합법 제1조는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과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법의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어 제5조는 조합과 중앙회가 조합원에게 최대한 봉사하고, 그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협동조합의 기본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농업협동조합법이 지향하는 농협의 모습은 명확하다. 농협은 특정 개인이나 특정 세력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농업인이 힘을 모아 스스로의 삶과 농업의 미래를 지켜가는 협동조합이다. 그러나 65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과연 지금 농협의 주인은 누구인가.

오늘날 농협은 소수에게 권한이 집중된 지배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200만 명의 조합원이 있는 조직에서 농협중앙회장은 1100여 명의 단위조합장만 참여하는 간선제로 선출된다. 소수의 표심이 중앙회장을 결정하는 구조에서는 금권선거와 줄 세우기, 계파 갈등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작 농협의 주인인 200만 조합원의 뜻은 중앙회장 선출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주인이 조합원이라면 중앙회장 역시 조합원의 선택으로 선출되는 것이 가장 민주적인 방식이다. 200만 조합원의 조직에서 중앙회장을 1100여 명이 선출하는 현재의 구조는 협동조합의 민주적 운영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필자는 ‘전 조합원 직선제’와 ‘독립적인 농협감사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농협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특정 세력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협동조합의 원칙을 회복하기 위한 개혁이다.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직선제는 조합원 주권을 회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농협중앙회장이 200만 조합원의 선택을 통해 선출될 때 비로소 농협은 조합원의 뜻에 따라 운영될 수 있다. 비용과 표심 왜곡 우려에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연계해 행정적 부담을 줄이고, 조합원 자격을 철저히 정비하는 등 제도적 보완책도 함께 마련했다.

아울러 독립적인 농협감사위원회는 조합원의 자산과 신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반복되는 횡령과 배임, 부실대출 사고는 기존 감사체계만으로는 내부통제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은 투명하고 책임 있는 농협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관치(官治)’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개혁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평가다. 이번 개혁은 농협을 국가나 정치권이 통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농협 운영을 조합원의 뜻에 더욱 충실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농협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 본연의 자율성과 민주성을 회복하자는 것이 이번 개혁의 본질이다.

지금 우리 농업은 기후위기와 농촌 고령화, 농업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농산물 수급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고 식량안보의 중요성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농협은 농업인의 경영 안정을 뒷받침하고 지역농업을 지키는 든든한 협동조합이어야 한다. 그러나 조합원의 뜻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구조로는 농업인의 신뢰를 얻기도, 변화하는 농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농협이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도 없다. 소수 기득권의 반발이나 ‘관치’라는 명분 없는 프레임 뒤에 숨어 개혁의 시대적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농협의 주인은 중앙회장도, 조합장도 아닌 농업인이다. 농협 개혁은 그 너무나 당연한 원칙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농업인이 주인이 되는 협동조합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농업협동조합법이 처음부터 지향했던 길이며,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가 더 이상 농협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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