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드보다 다운사이드"…현금흐름 중심 투자 철학
젊은 운용역에게도 딜·펀딩 전권…자율과 책임의 문화

사모펀드운용사(PE)의 '젊은 운용역'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자금 모집(펀딩)과 투자처 물색(딜 소싱), 투자 검토까지 젊은 운용역이 주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국민성장펀드 위탁운용사(GP)에 선정된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 역시 30대 운용역들이 전면에 나선 PE 가운데 하나다. 1989년생인 김재영 차장과 1992년생인 이영우 차장 모두 삼정KPMG에서 재무실사와 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한 뒤, 증권사 기업금융(IB)을 거쳐 PE로 자리를 옮겼다. 이영우 차장은 KB증권 기업공개(IPO) 부문에서 성장 기업을, 김재영 차장은 NH투자증권 커버리지 부서에서 전통 제조업을 담당하며 서로 다른 산업을 경험했다.
두 사람은 "회계법인에서는 기업의 숨겨진 리스크를 찾는 법을 배웠고, 증권사에서는 자금조달과 IPO, 메자닌(채권과 주식의 중간 형태) 구조를 경험했다"며 "지금은 서로 다른 경험이 합쳐져 투자 기업을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블유씨피(WCP)와 노바렉스 등 일부 투자도 당시 쌓은 네트워크가 이어진 사례라고 덧붙였다. 현재 두 사람은 파라투스·메리츠 신기술투자조합1호의 핵심 운용인력으로 이름을 올렸다. 신규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은 펀드) 운용에도 중심 역할을 맡았다. 대학 선후배이기도 한 두 사람은 서로 "같은 시기에 입사해 가장 많이 의지하는 동료"라고 표현했다. 김 차장은 "PE 업무는 고민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심적으로 지칠 때도 있지만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라며 "한 사람이 큰 방향을 잡으면 다른 사람이 리스크와 디테일을 채워주는 방식으로 협업한다"고 말했다.

파라투스의 투자 철학은 명확하다. 고수익을 좇기보다 손실 가능성을 통제하는 투자를 우선한다. 이 차장은 "우리는 업사이드보다 다운사이드를 훨씬 많이 본다"며 "투자 검토 과정에서도 손실을 막을 장치가 없으면 아예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내내 두 사람이 반복한 단어는 '현금흐름'이었다. 바이아웃(경영권 인수후 매각) 투자 역시 같은 철학이다. 단기적인 비용 절감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기보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 기업을 인수한 뒤 사업 재편을 통해 기업의 성장 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 차장은 "좋은 회사를 인수해 창업주를 바꾸는 것보다 기존 경영진의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 투자 안정성 측면에서 낫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스몰캡 제조기업은 창업주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파라투스가 말하는 밸류업도 인력을 줄여 단기 수익성을 높이기보다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방식이다. 김 차장은 "인수한 기업을 무리하게 바꾸기보다 기존 역량을 활용해 신사업 진출과 해외시장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춘다"며 "이른바 '피보팅(Pivoting)' 전략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다":고 소개했다.

파라투스의 바이아웃 전략은 과도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경쟁이 발생하는 공개입찰 거래를 지양하고, 자체 네트워크를 통한 프라이빗 딜 방식의 인수 대상 발굴에 주력한다. 특히, 인수한 기업의 운용 부담을 덜기 위해 전략적 투자자(SI)를 파트너로 유치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파라투스는 금융 기법과 재무구조 개편에 집중하고, 현업 경영은 전문성을 갖춘 SI나 기존 오너와 협력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구조다.
이런 원칙 아래 두 운용역이 집행한 포트폴리오 라인업도 탄탄하다. 이영우 차장은 2차전지 부품사인 써키트플렉스 바이아웃을 비롯해 더블유씨피, 성일하이텍, 케이엔제이 등 핵심 소부장 기업 투자를 성사시켰다. 김재영 차장 역시 자동차 부품사인 한양소재 바이아웃을 비롯해 엔켐, 노바렉스 등에 투자를 집행하며 제조업과 신산업을 넘나드는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펀드 결성 후 1년 이내에 자금을 대부분 집행할 만큼 발 빠른 펀드 소진 속도 역시 파라투스의 특징이다. 최근 파라투스는 국민성장펀드 GP로 선정되며 2000억원 규모 신규 블라인드펀드 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사람은 선정 비결로 '꾸준함'과 출자자(LP)와의 신뢰를 꼽았다. 이 차장은 "우리가 다른 하우스보다 특별히 뛰어나서라기보다 오랫동안 2차전지와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 소부장 기업에 꾸준히 투자해온 과정을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며 "무엇보다 기존 LP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출자확약서(LOC)를 발급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펀드 역시 우리가 가장 잘 이해하는 첨단산업에 집중해 실질적인 가치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라투스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두 사람이 꼽은 것은 조직문화다. 직급보다 역량을 우선하는 분위기 속에서 젊은 운용역도 프로젝트펀드 결성과 딜 소싱을 직접 주도할 기회를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차장은 "딜을 가져오거나 펀딩을 주도하면 실제로 책임과 권한을 함께 준다"며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이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펀딩 과정에서도 대형 기관에만 의존하지 않고 패밀리오피스 등 젊은 운용역들이 새로 발굴한 네트워크를 적극 수용한다. 정기 회의도 최소화했다. 과거 형식적으로 운영되던 주간 회의를 과감히 폐지하고 필요할 때만 모여 스팟성으로 논의하며, 평소에는 각 운용역이 자율적으로 판단한다. 이 차장은 "회사의 가장 큰 문화는 자율성과 책임감"이라며 "운용역 개개인이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파라투스는 현재 운용자산(AUM) 1조원을 넘어서며 중견 하우스로 자리 잡았다. 두 사람이 입사한 이후 운용자산도 두 배 이상 늘었다. 김 차장은 "2호 플래그십 펀드가 막 결성될 무렵 입사했는데 이후 3호, 4호 펀드가 연이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했다"며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우리도 같이 성장한다는 느낌이 가장 큰 동기부여"라고 말했다. 이 차장 역시 "회사와 함께 딜 소싱부터 펀딩, 투자, 회수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질 수 있는 올라운더 운용역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