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발행기관, 탄소배출 성과 등 '친환경 효과' 뚜렷해"
인력ㆍ보고 부담 발목…"제도 간소화 및 발행사 우대 필요"

우리나라 녹색채권 시장이 2021년 이후 외형적으로 성장했음에도 전체 채권 발행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주요국 평균의 절반에도 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행 기관의 인력 부담과 복잡한 절차, 적격 프로젝트 부족 등이 주요 제약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제출 서식 간소화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0일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국내 녹색채권 발행여건 점검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녹색채권 연평균 발행규모는 2018~2020년 1조원에서 2021~2025년 8조1000억원으로 8배 이상 증가했다. 발행기관 수도 연 평균 4개에서 44개로 늘었다.
녹색채권이란 친환경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되는 채권을 말한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 정한 6대 환경목표 중 하나 이상에 기여하고 4대 핵심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녹색채권으로 분류된다. 자금 사용처가 친환경 프로젝트로 한정되고 외부검토, 사후보고 등 일정한 요건에 부합해야 해 일반채권보다 신뢰성과 투명성이 높은 금융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녹색채권 발행에 따른 기업들의 친환경 효과도 뚜렷하다. 한은 조사 결과 녹색채권 발행기관 10곳 중 9곳(91.5%)은 발행 전후 매출액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비율(탄소집약도)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 중 76.7%는 ESG 환경등급 상승 또는 A등급 이상을 유지했다. 기업들은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주된 동기로 '친환경 경영 의지 표명 및 평판 제고(36.5%)'와 'ESG 신규 투자자 확보(18.3%)' 등을 꼽았다.
문제는 높은 허들에 녹색채권 시장 저변이 빠르게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녹색채권 발행액(원화·외화 합산)은 131억 달러로 아시아에서 중국에 이어 2위(세계 13위)를 기록했지만 전체 채권 발행액 중 녹색채권 비중은 1.8%에 그쳐 주요국 평균(4.0%)을 크게 밑돌았다.
양극화와 편중 현상도 뚜렷하다. 2025년 기준 발행기관의 신용도는 AAA 등급이 53.0%로 일반채권(13.7%) 대비 고신용 편중이 심각했다. 자금 사용처 역시 청정운송(33.3%), 신재생에너지(20.8%), 에너지효율(16.7%) 등 일부 분야에 70% 이상 쏠려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발행기관들은 녹색채권 발행의 최대 걸림돌로 '인증·보고 등 관리와 인력 부담(5점 만점 중 3.71점)'이라고 응답했다. 또 '적격 프로젝트 부족(3.56점)', '발행절차의 복잡성(3.44점)'을 꼽았다. 이에 더해 금융기관이 녹색대출 재원 마련을 위해 녹색채권을 발행할 경우 '녹색채권 가이드라인'과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각각 적용받아 동일한 프로젝트에 대해 검토 및 보고 업무가 중복되는 문제도 제기됐다.
한은은 국내 녹색채권 시장 육성을 위해 △녹색채권·녹색대출 간 서식 통일 및 발행·보고 절차 간소화 △적격 프로젝트 범위 보완 △이차보전 등 기존 정책 지원 유지 및 최초 발행기관 우대 △투자자 세제 혜택 등 유인책 모색 △유통시장 정보 공개 확대 및 녹색채권지수·투자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재영 한은 지속가능성장기획팀 과장은 "녹색채권 시장 육성은 민간자본을 녹색분야로 유도하는 채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해외 주요국에서는 녹색채권이라는 이유로 투자자들이 선호해 금리가 낮아지는 이른바 '그리니엄(Greenium)'이 우리나라보다 높게 형성돼 있고 채권 발행 시 외부기관 검토 인증 비용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라며 "발행기관의 실무적·경제적 부담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