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보다 못버는 ‘사장님’..."좀비 자영업, 폐업하면 다행" [창업, 지원에서 출구전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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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상가 점포가 공실로 비어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매장에 자동화 설비를 도입했다. 1000만원을 팔면 A 사장이 손에 쥐는 돈은 200만~300만원. 인건비, 임대료, 재료비 같은 핵심 고정비 중 마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뿐이었다. 2000만원에 달하는 큰 목돈이 들었지만 1년간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을 고용할 때 비슷한 돈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이득이라는 판단에 도입을 서둘렀다.

코로나19 이후 내수 부진으로 동력을 잃은 자영업자들은 최근 중동 전쟁으로 인한 3고(고유가·고환율·고물가) 탓에 운영비용 부담이 급격이 뛰어 한계상황에 처해 있다. 원두 등 원재료 값은 물론 컵과 뚜껑, 빨대, 컵홀더, 포장재 등 부자재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인건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은 더 거세다. A씨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700원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23만원이다. 영업자들 사이에선 '사업 다 접고 아르바이트 해야 겠다'는 말이 나온다"며 "결국 인력을 줄이고 나홀로 경영에 나서거나 설비를 도입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의가 발표한 '2026년 자영업자 경영환경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34.0%는 인건비·재료비·임대료 등을 제외한 월 실수령액이 주 40시간 근로 기준 법정 최저임금(월 215만6880원)에 미치지 못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울리는 또다른 악재는 시장 포화로 인한 출혈 경쟁이다. 카페는 진입장벽이 낮고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차릴 수 있어 골목마다 우후죽순 생기기 쉽다. 특히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인테리어 수익 등 이익을 가져가기 위해 과잉출점에 나서면서 치킨게임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해진 수요를 나눠먹어야 하는 저가 커피 브랜드의 확장 전략이 제 살 깎아먹기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치열한 경쟁에 전국 카페 수는 올해 5월 기준 9만3593개로 전년 동월(9만5250개)대비 감소했지만 통계상 음식점으로 분류된 카페까지 합산하면 15만개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카페의 평균 수명은 약 3년1개월에 그친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많은 창업자들이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는 팔 거라 믿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긴 쉽지 않다"고 전했다.

폐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적자를 보면서도 사업을 이어가는 '좀비 자영업'도 다수다. 울며 겨자먹기로 사업을 이어가면서 가게는 어느덧 감옥이 됐다. 정부가 폐업 지원을 위해 점포철거비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직원들 밀린 월급과 퇴직금, 대출금을 더하면 몇 천만원을 토해내야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했다. 고 이사장은 "최근 건물주들이 인테리어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비용 부담이 크다"라며 "폐업하면 사업자 관련 대출도 일시상환 해야 한다. 폐업 시 평균 부채가 85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가게 문을 닫는데 1억원이 있어야 한다. 폐업도 부러운 게 요즘 자영업자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고 이사장은 "필수 교육 이수 등 진입장벽을 높이고 프랜차이즈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적합업종 지정 등 자영업 여건을 안정화할 제도적 관리·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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