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136분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과 공급망, 방산, 우주를 아우르는 미래 협력의 청사진을 제시한 데 이어 브라질 최대 경제도시 상파울루에서 경제외교의 실행력 높이기에 나선다. 브라질리아에서 정상 간 합의로 양국 협력의 방향을 정했다면 상파울루에서는 현지 기업인과 한인사회를 만나 투자와 산업 협력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대통령 관저에서 룰라 대통령과 소인수·확대회담을 잇달아 가졌다. 오전 11시8분 시작된 회담은 오후 1시26분까지 136분간 이어졌다. 당초 예정보다 50여분 길어진 회담에서 두 정상은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와 공급망 재편, 국제정세까지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가장 큰 성과는 2021년 이후 중단된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을 다시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양국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제라우두 아우키민 브라질 부통령을 각각 대표로 하는 실무그룹을 설치해 농축산물과 제조업 시장 개방 등 민감한 쟁점을 조율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은 우리 기업에는 남미공동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하고, 브라질 기업에는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자동차와 철광석 등 전통 교역에 집중됐던 양국 협력의 무게중심도 첨단산업과 경제안보 분야로 이동했다. 양국은 핵심광물의 탐사·개발·가공·재활용에 이르는 공급망 전반의 협력을 강화하고 반도체와 배터리, 인공지능(AI), 조선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공동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방산 분야에서는 올해 하반기 방산공동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군사·국방 비밀정보 보호협정 체결도 추진한다. 이 대통령은 우리 공군이 도입할 브라질산 C-390 수송기에 국내 기업의 부품이 탑재된 점을 양국 협력의 상징으로 꼽으며 한국산 방산 장비에 대한 룰라 대통령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우주협력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한국 기업이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를 이용할 때 발사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위성 데이터와 우주 탐사 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룰라 대통령은 오는 9월 예정된 국내 우주기업 이노스페이스의 재발사에 이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직접 참석이 어렵더라도 영상으로 발사 장면을 지켜보겠다”고 화답했다.
정상회담 성과는 이날 저녁 열린 환영 리셉션에서도 기업인 교류로 이어졌다. 룰라 대통령 내외는 브라질 외교의 상징인 이타마라치궁에서 이 대통령 부부를 위한 문화공연과 리셉션을 마련했다.
행사에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장인화 포스코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 문재영 HD건설기계 사장, 김종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이상목 아모레퍼시픽 사장, 윤영미 한국수입협회 회장 등 브라질에 진출했거나 현지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인 우리 기업인 13명이 함께됐다.
이 대통령은 양국 기업인들과 환담하며 이번 국빈방문이 우리 기업의 브라질 진출과 투자 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상외교와 경제외교를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상 간 합의를 민간의 투자와 사업으로 연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브라질리아 일정을 마친 이 대통령은 상파울루로 이동해 경제외교를 이어간다. 28일에는 동포 오찬 간담회를 열어 브라질 한인사회의 역할을 격려하고, 브라질 주요 기업인과 한국 기업 관계자가 참석하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다.
상파울루는 브라질 산업과 금융의 중심이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의 중남미 진출 거점이다. 브라질 한인사회도 대부분 상파울루를 중심으로 섬유·의류와 유통,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청와대는 상파울루 일정이 브라질리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무역협정과 공급망, 핵심광물, 에너지, 첨단 제조업 협력을 실제 기업 간 투자와 계약으로 연결하는 후속 무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상외교의 설계도를 상파울루에서 기업의 사업계획으로 구체화한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