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세수 감소 약 20조원…출구전략·목적세 기능 회복 과제로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또다시 연장했다. 2021년 11월 고유가와 물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6개월 한시' 조치가 20차례 넘는 연장을 거치며 5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상시 정책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정부는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변동성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하지만, 세수 감소와 목적세 기능 약화 등 부작용도 커지면서 이제는 '언제까지 연장할 것인가'보다 '언제,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경제부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오는 9월 30일까지 두 달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15%,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25%의 인하율이 유지된다.
정부는 최근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세를 보이지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하고 유가 변동성이 큰 만큼 국민의 유류비 부담과 물가 안정을 고려해 연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유류세 인하는 2021년 11월 국제유가 급등과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후 국제유가와 환율, 물가 여건에 따라 인하 폭은 조정됐지만, 종료보다는 연장이 반복됐다. 위기 대응을 위한 한시 정책이 5년 가까이 지속하면서 사실상 상시 정책으로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쉽게 유류세를 정상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물가다. 유류세는 주유소 판매가격에 직접 반영되는 만큼 세율을 원상 복귀하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오르고, 이는 운송비와 물류비 상승을 거쳐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도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변동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정책 장기화에 따른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는 2021년 4298억원, 2022년 5조589억원, 2023년 5조1915억원, 2024년 상반기 2조6078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까지 포함하면 누적 감소 규모는 약 2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유류세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도로와 철도, 대중교통, 에너지·환경 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세다. 장기간 인하가 이어질수록 관련 재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화석연료 소비를 억제해 탄소중립을 유도한다는 정책 취지와도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OECD도 최근 '2026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유류세 인하와 최고가격제가 막대한 재정 부담과 가격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며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한시 조치가 5년째 이어진 만큼 정부도 연장 여부를 넘어 정상화 로드맵과 출구전략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