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블랙록 등 40여 곳 참여∙∙∙10월 토큰화 서비스 정식 출시
가상자산 품은 미국 전통 금융권, 한국에 미칠 영향은?
미국 전통 금융권이 가상자산 시장으로의 진입에 서두르는 모습이다. 지니어스법과 클래리티법 제정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와 고객 수요의 구조적 변화에 기술적 효율성 등이 이유다. 사업 주도권을 지키면서도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금융권 역시 일률적 접근에서 벗어나 각 산업의 수익 구조와 핵심 역량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온체인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이 같은 미국 시장의 움직임이 곧 글로벌 표준으로써 한국 가상자산 제도화에 주요한 참고 모델이 되리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 토큰화 증권이 시장 인프라로서의 검증이 완료됐다.
미국 CNBC는 15일(현지시각) 예탁결제원(DTCC)이 자회사 예탁결제회사(DTC)에 예치한 자산을 토큰으로 전환해 실제 거래에 활용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DTCC는 DTC가 보관 중인 주식∙상장지수펀드(ETF)∙국채를 토큰으로 전환해 실제 생산 환경에서 거래를 처리했다. 시범운영에는 JP모건, 블랙록, 골드만삭스, 뱅가드,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 전통 금융기관과 기술 공급업체 40여 곳이 참여했으며, DTCC의 프라이빗 네트워크 하이퍼레저 베수와 퍼블릭 네트워크 캔톤에서 이뤄졌다.
토큰화 대상 자산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서클 주식,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스테이트 스트리트 SPDR S&P500 ETF 트러스트, 아이셰어즈 0-3개월 국채 ETF와 각종 만기의 미국 국채 등이다.
DTCC는 의도치 않은 위험이나 시장 혼란을 피하고자 대상 범위를 약 1000개 종목으로 한정했다. 7월 한 달간 시범 운용을 거쳐 오는 10월 DTCC 토큰화 서비스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토큰화 대상과 참여 범위를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업계는 이번 DTCC의 시범 운영이 초기 단계지만, 토큰화 도입을 향한 구체적인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토큰화된 자산이 기존 금융 인프라를 활용해 담보, 환매 조건부 거래, 주식, 이윤, 자산 이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기대한다는 목소리다.
DTCC 프랭크 라살라 CEO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무결성과 회복력을 지속적으로 보호하면서도 전통 자산과 동일한 제도적 엄격성을 토큰화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DTCC 토큰화 서비스는 디지털 생태계의 중요한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디지털 세계에서 신뢰∙안전∙규모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업계는 미국 전통 금융권의 이 같은 행보가 단순히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넘어 자본 효율성의 극대화를 적극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입을 모은다.
블록체인 기반 결제는 24시간∙실시간 정산이 가능한 데다 국가 간 송금에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인다. 국채∙펀드∙대출채권 등 실물연계자산(RWA)의 토큰화는 발행∙유통∙담보 관리의 효율성도 높인다. 즉, 전통 금융권은 가상자산을 실험이 아닌 인프라 전환의 문제로 인식한다는 게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미국 전통 금융기관은 블록체인을 기존 시스템의 결제 지연 등과 같은 비효율성을 극복할 혁신 인프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 스스로가 미래 디지털 경제의 설계자이자 표준 운영체제로서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JP모건은 2015년부터 프라이빗 블록체인 ‘쿼럼’(Quorum)을 통해 금융 환경에서의 블록체인 활용 가능성을 검토했으며, 2019년 자체 블록체인 결제 시스템 JPM 코인 출시, 2020년 블록체인 프로젝트 사업부 ‘오닉스’(Onyx) 출범, 2024년 ‘키네시스’(Kinexys)로 리브랜딩 등으로 글로벌 차세대 금융 표준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골드만삭스 역시 기관용 디지털자산 및 증권 토큰화 플랫폼 ‘GS DAP’을 개발하며 금융자산 발행부터 정산∙수탁∙담보 활용에 이르는 생애주기 전반의 디지털화를 추진 중으로 전해진다.
차앤권 법률사무소 권오훈 대표변호사는 “미국 가상자산 규제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전통 금융권은 새로운 수익원과 사업 기회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기관 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존 금융권이 가상자산 영역을 방치할 경우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디지털에셋(KODA) 조진석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영되는 디지털자산은 기술과 운영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 시장에 늦게 진입할수록 경쟁이 저하된다”며 “막대한 자본이 디지털자산 시장으로 흘러 들면 전통 금융기관은 디지털자산 시장의 자본 유치, 수수료 수입 등에서 기존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수익 구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 금융권의 변화에 따른 우려도 존재한다. 지난 몇 년간 전통 금융권에서는 토큰화가 지속해서 논의돼 왔지만, 광범위한 구현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가상자산업계에 온도 파이낸스, 시큐리티즈 등 토큰화 전문 기업이 등장했고 블랙록을 비롯한 거대 금융기관과의 파트너십이 기존 청산 인프라 위협 요소로 언급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특유의 높은 변동성과 해킹, 스마트 계약 오류 등과 같은 위험요소가 은행과 증권 시스템으로 전이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황석진 교수는 “가상자산을 품은 전통 금융은 개별 거래소와 프로젝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예금∙결제∙연금 등 제도권 자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은행이니까 안전하다’고 믿는 소비자는 실제 위험요소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상품에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권오훈 변호사는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간 연계가 강화될수록 급격한 가격 변동이나 특정 사업자의 부실이 금융권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투자자 보호 체계가 이런 변화의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는지도 지켜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업계는 미국 전통 금융권의 이 같은 변화가 한국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입법∙제도 및 비즈니스∙투자 측면에서 압력과 기회가 동시에 작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김대성 변호사는 “미국이 연방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와 시장구조 입법으로 제도적 틀을 선점하면서 한국에서도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인가 요건, 은행 등 금융회사의 디지털자산 업무 범위, 금산분리 원칙 적용 방식 등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 중”이라며 “국내 은행∙증권사의 수탁, 토큰증권(STO), 예금 토큰 등 관련 사업 진출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가상자산거래소 등 기존 가상자산사업자와 전통 금융회사 간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제도 정비가 지연될수록 관련 사업과 자본이 해외로 이전하는, 이른바 ‘오프쇼어링’(기업업무의 일부를 해외 기업에 맡겨 처리하는 것) 현실화 가능성도 내비쳤다.
권오훈 변호사는 한국 금융회사에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은 이른바 ‘금가분리’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추세”라며 “법인의 가상자산-원화 마켓 참여가 앞으로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제도권 금융이 시장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가상자산거래소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준법 리스크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전했다.
황석진 교수는 “미국이 은행의 디지털자산 수탁∙거래 범위를 제도화하면 한국의 디지털자산기본법, 토큰증권(ST), 스테이블코인, 수탁 규제 설계는 자연스럽게 미국 기준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 당국과 시장은 ‘투기 자산’이 아닌 제도권 투자∙수탁 대상으로서 디지털자산을 재정의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