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드웨어·中 소프트웨어 사이 낀 韓…‘AI 2강’ 전략 시험대

중국의 AI 스타트업 문샷AI가 초대형 오픈웨이트 모델 ‘키미 K3’를 내놓으면서 미·중 AI 패권 경쟁이 폐쇄형 대 오픈형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미국의 하드웨어와 중국의 소프트웨어 사이에 낀 한국의 ‘AI 2강’ 전략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20일 AI 업계에 따르면 문샷AI는 17일 공개한 AI 모델 키미 K3의 전체 모델 가중치를 오픈웨이트 형태로 27일 배포할 예정이다. 오픈웨이트는 기업과 개발자가 AI를 직접 내려받아 자체 서버에서 운영하거나 목적에 맞게 수정할 수 있도록 핵심 데이터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키미 K3는 2조8000억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갖춘 세계 최대급 오픈웨이트 AI 모델이다. 글로벌 AI 평가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종합 성능 지표인 AAII에서 57점을 기록해 앤스로픽의 ‘페이블 5(60점)’, 오픈AI의 ‘GPT-5.6 솔(59점)’에 이은 최상위권 성적을 보였다.
최고 성능을 보이는 모델을 중국이 오픈웨이트 방식으로 공개하는 배경에는 중국 AI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이 숨어있다. 미국이 AI 기업을 규제하는 사이에 중국은 기술 격차를 빠르게 줄이며 글로벌 생태계를 잠식하고 있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 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미국의 수출 통제가 중국의 프론티어 AI 모델 개발에 중요한 동기가 된 것”이라며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유학생이나 연구자에 대한 비자 심사를 강화하는 정책을 펴면서 중국 인재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AI 발전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딥시크 쇼크’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키미 K3가 공개된 직후 글로벌 반도체주가 급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국내 증시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가성비 AI의 등장이 오히려 메모리 수요를 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도체 분석 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키미 K3는 생성형 AI가 이전 대화와 연산 결과를 임시로 저장하는 공간인 ‘KV 캐시’ 요구량을 크게 줄였지만 매개변수가 방대해 더 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필요하다”며 “제본스의 역설에 따르면 효율성 증가는 AI 사용 확대로 이어져 네트워크 수요를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미·중 AI 패권 경쟁 속에서 ‘AI 2강’을 목표로 내세운 한국의 입지가 점점 좁아진다는 것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8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2차 평가 결과가 나오고 GPU 지원이 뒷받침되면 AI 2강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이 AI 2강을 현실화하려면 중국과의 모델·인프라·생태계 격차를 좁혀야 한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과의 모델 격차를 예상보다 빠르게 좁히며 앞서나가고 있다. 아레나의 창립자인 이온 스토이카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중국 AI 모델은 과거 미국의 최상위 모델 대비 6∼9개월 뒤처져 있다고 봤으나 현재 격차는 2∼3개월 정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키미 K3 같은 오픈형 AI 모델이 우수한 성능을 유지하려면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같은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 한국은 미국의 하드웨어와 중국의 소프트웨어에 종속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 AI 인프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교수는 “중국은 한정된 자원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다가 앤스로픽의 ‘미토스’ 모델을 보고 전략을 수정했다”며 “미토스급 프론티어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 ‘규모의 경제’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중국도 미국을 따라가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중장기 전략인 ‘메가 프로젝트’가 성공해야 2강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