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역사·도덕 수업시간 확보·고교 역사 비평 과목도 논의

국가교육위원회가 16일 중학교 역사 과목의 근현대사 비중을 확대하고 고등학교에 역사 콘텐츠를 분석·비평하는 선택과목을 신설하는 방안을 재논의한다.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조롱성 응원 논란을 계기로 청소년들의 역사 왜곡과 혐오 표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교육과정 개정 절차에 착수할지 주목된다.
국교위는 이날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회의를 열고 중·고등학교 역사 관련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 요청 사항의 진행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논의 대상은 △중학교 역사 과목의 근현대사 비중 확대 △중학교 사회 교과군인 사회·역사·도덕의 교육 시간 확보 △고등학교 역사 관련 선택과목 신설 등이다. 고교 선택과목 신설 방안은 지난달 열린 제6차 회의에서 대안으로 제시돼 이번 논의 안건에 추가됐다.
국교위는 국가교육과정 전문위원회와 모니터링단의 검토 의견을 토대로 교육적 타당성과 학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교육과정 개정 절차에 들어갈지 결정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앞서 중학교 역사 과목에서 근현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행 20%에서 30%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의 교육과정 개정 요청안을 국교위에 제출했다. 중학교 역사 교육과정이 전근대사 중심으로 구성된 데다 근현대사 내용이 주로 중학교 3학년 2학기에 배치돼 고입과 기말고사 등 학사 일정으로 충분한 수업이 어렵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한 조치다.
국교위는 지난달 11일 제6차 회의에서 교육부 요청안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근현대사 교육을 강화해 역사 왜곡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과 잦은 교육과정 개정이 학교 현장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면서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재논의하기로 했다.
교육과정 개정은 교육부의 개정 요청 이후 국교위가 개정 진행 여부를 먼저 심의·의결하고, 이후 개정 계획안과 구체적인 개정안을 차례로 심의·의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날 회의에서 진행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근현대사 비중과 수업 시수, 선택과목 내용 등이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배재고 야구부의 이른바 ‘스타벅스 응원’ 사건도 근현대사 교육 확대 논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배재고 일부 학생 선수들이 광주제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5·18 민주화운동과 광주를 조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논란은 일부 청소년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숏폼 콘텐츠 등에서 접한 역사 왜곡과 지역 혐오 표현을 놀이처럼 소비하는 문제로 확산했다. 교육계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배우는 수업과 함께 온라인 콘텐츠의 사실관계와 의도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서 근현대사와 민주화 과정이 차지하는 분량이 지나치게 적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중학교 ‘역사2’ 교과서 7종을 분석한 결과 근현대사 분량은 전체의 평균 17.2%였으며,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민주화 과정을 다룬 부분은 평균 10.5쪽에 불과했다.
일부 교과서의 근현대사 비중은 12.7%에 그쳤고, 민주화 과정은 전체 본문의 2.7%인 6쪽에 불과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내용도 두 문장으로 이뤄진 한 문단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근현대사 비중을 확대하면 사회·역사·도덕 교과군 전체의 수업시간을 늘리거나 다른 교과의 시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국교위는 중학교 사회 교과군의 교육 시간을 별도로 확보하는 방안을 함께 심의할 예정이다.
고등학교에서는 역사 콘텐츠를 탐구하고 비평하는 선택과목을 신설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단순히 역사적 사건과 연도를 암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유튜브와 온라인 게시물, 영상 등 다양한 역사 콘텐츠를 비교하고 왜곡 여부를 판단하는 역량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다만 고교학점제에서 선택과목으로 개설될 경우 해당 과목을 신청한 학생에게만 교육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역사·미디어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읽는 역량을 모든 학생이 배우는 공통 교육과정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역사와 민주주의, 인권 문제를 다루는 교사를 민원과 정치적 중립성 시비로부터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교사들이 5·18 민주화운동이나 일제강점기, 혐오 표현 등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정치 편향 민원을 우려해 수업을 축소하거나 자기검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차정인 국교위원장은 “이번 중·고등학교 역사 교육과정 개정 논의는 학생들이 근현대사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역사와 사회 현상에 대한 분석·비평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교에서 학생들이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알고 사회 현상을 탐구할 수 있는 교육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