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 방어로는 기후위기 막지 못해
진영 초월한 포용적 리더십 절실해

2026년 월드컵, 한국 축구 대표팀의 성적은 단순한 패배 이상이었다. 조별리그 부진과 전술적 혼란, 결정적 순간의 붕괴는 국민에게 깊은 허탈감을 안겼다. 더욱 뼈아팠던 것은 데이터가 증명한 최선의 카드가 있었음에도 감독이 자신의 철학에 집착하며 이를 외면한 점이다. 검증된 공격 자원을 벤치에 묻어두고, 자신이 구축한 틀에 선수들을 억지로 맞추려 했다.
그 결과 조직의 목표는 왜곡되었고, 경쟁력은 무색해졌다. 그러나 이를 한 명의 전술적 오판으로만 치부한다면 본질을 놓친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가 수십 년간 방치해 온 거버넌스 실패의 적나라한 경고등이기 때문이다.
이 실패는 조직 내부의 불합리한 운영 원리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객관적 능력보다 학연, 지연,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편향된 인사가 의사결정을 장악했다. 코칭 스태프 구성부터 선발 결정까지 전문성보다 친분과 충성도가 우선되었고, 혁신 동력은 마비되었다. 공공성과 국격을 책임져야 할 대표팀이 사적 고집과 카르텔식 운영으로 침몰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허탈감은 컸다. 이는 축구장의 비극이지만, 모든 공공 제도가 경계해야 할 타산지석의 거울이다. 우리는 조직이 집단적 맹목에 빠지고 외부 피드백을 차단하며 자멸하는 메커니즘을 목격했다.
때마침 7월 1일, 전국 지자체장들이 민선 9기 임기를 시작했다. 그들에게 부여된 가장 준엄한 책무는 기후 위기 앞에서 지역 생존을 도모하는 ‘기후 지도자’로서의 사명이다. 과거처럼 전례를 답습하고 현상 유지에 치중하는 소극적인 수비 자세로는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없다. 폭염, 폭우, 해수면 상승은 이미 우리 일상을 위협하며 취약 계층과 지역 경제를 직접 공격하고 있다. ‘예년 수준의 대비’나 ‘중앙 정부 지시 대기’는 더 이상 유효한 대응이 아니다.
기후변화의 감축과 적응은 기존의 행정적 틀을 완전히 깨부수는 적극성, 즉 ‘공격적 행정’을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지역 실정에 맞는 AI 기반 탄소중립 기술의 도입, 에너지 인프라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하는 대전환, 미래 먹거리로서의 기후테크 산업 육성, 그리고 녹색 경제를 이끌어갈 신규 직업군인 탄소 프로파일러의 과감한 양성까지. 이 모든 과제는 마치 축구 경기에서 경기 주도권을 쥐고 상대 진영을 강하게 압박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는 전면전과 같다.
다른 지자체의 눈치를 살피거나, 중앙 정부의 하향식 지시와 예산 배정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태도로는 눈앞에 닥친 기후 전쟁에서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선제적이고 창의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한 이유는 기후 위기가 기회의 창을 동시에 열기 때문이다. 늦게 대응하는 지자체는 결국 경제적 손실과 인구 유출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다.
홍명보 감독이 검증된 자원을 외면하고 특정 전술에 집착했던 패착은 기후 행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신기술과 혁신 인재를 외면하고 화석연료 의존 정책을 고수하는 행태는 또 다른 오판의 대가를 낳는다. 축구 대표팀의 참패처럼, 기후 정책 실패는 정책 평가의 저조가 아니라 지역민의 재산과 생명, 지역 소멸로 직결되는 존망의 문제다. 기후 난민 발생, 주력 산업 붕괴, 세수 감소와 복지비 증가의 악순환은 이미 해외에서 목격된 현실이다.
조직의 실패는 ‘사적 이익’과 ‘내부 안위’가 ‘공적 목표’를 앞설 때 발생한다. 지자체장들은 ‘남들부터’나 ‘우리 지역은 괜찮다’는 방관적 태도가 통용되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기후테크에 대한 선제적 투자, 과감한 규제 혁파, 진영을 초월한 포용적 리더십이다. 이는 최적의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상대를 압박하는 축구 전술과 일치한다. 실패한 팀은 한 가지 전술에 매몰되지만, 성공하는 팀은 여러 옵션을 준비한다. 기후 행정도 다양한 기후 적응 기술들을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도시의 생태면적률을 높이고 탄소 흡수까지 가능하게 해주는 도로 투수포장 기술들을 포함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지역 여건에 맞게 조합하는 전략이 절실하다.
새로운 비전이 현장에서 성과로 구현되려면 공무원 조직의 발상 전환이 필수다. 감사와 징계를 피해 ‘잘못만 하지 말자’는 소극적 방어로는 대전환을 선도할 수 없다. ‘규정상 안 된다’는 변명 대신 ‘어떻게 혁신할까’를 고민하는 문제 해결형 마인드로 공직 체질을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자체장들은 교육훈련 체계를 재설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조성하며, 민간 창의성을 흡수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성과 평가도 투입량 중심에서 실제 탄소 감축량과 주민 체감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번 월드컵이 보여준 ‘고집’과 ‘편가르기’를 기후 행정의 ‘결단력’과 ‘대통합’으로 승화시키는 일, 그것이 이 사태가 남긴 가장 쓰지만 값진 교훈이다. 실패는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기억하고, 인사와 예산, 조직 문화에 철저히 반영해야 한다. 이번에 임기를 시작하는 지자체장들이 축구장 안팎의 참사를 거울 삼아 학연과 지연을 넘어서는 위대한 기후 지도자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그들의 오늘 결정이 10년 후 이 땅의 생존을 가를 것이다. 변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임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