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론화 물꼬 튼 ‘지역필수의료 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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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의제를 해결하고 최선의 정책적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숙의 토론’만큼 강력한 수단은 없다. 숙의 토론에서는 객관적 데이터와 논리를 바탕으로, 나와 다른 입장의 목소리를 역지사지의 자세로 경청하는 과정이 전제된다. 시민들은 이 과정에 참여하면서 대중뿐 아니라 전문가의 관점도 공유하고 진정한 의회 민주주의의 가치를 몸소 체험한다. 그렇게 도출된 결론은 이해와 관용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수용성을 얻게 마련이다.

과거 경남에서 폐원했던 진주의료원의 재설립 방향을 두고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공론화 숙의토론회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지역 필수의료 확충이라는 대의에는 모두 공감했으나, 제한된 의료 자원하에서 지역 간 이해관계와 욕구가 얽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었다. 그러나 심도 있는 학습과 토론, 숙의를 거친 끝에 이기주의와 불신으로 치닫던 논쟁이 사라지고, 참여 주민 거의 전원이 흔쾌히 동의하는 하나의 합리적 결론이 도출되었다.

7월 4, 5일 양일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지역필수의료 소생을 위한 공론화 제1차 숙의토론회’는 바로 이러한 소통의 기적이 다시 한번 재현된 역사적 현장이었다. 의료혁신위원회 위원이자 현장에서 공공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으로서 이번 토론회가 보여준 소통의 진정성과 성과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현재 대한민국 의료계는 지역의료 붕괴와 필수·공공의료의 위기라는 전례 없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 이 복잡하고 정교한 문제를 풀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300여 명의 시민 참여단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의를 보여주었다.

이번 공론화가 거둔 가장 큰 수확은 ‘국민의 지혜’다. 고령화와 지역 인구 소멸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지역 필수의료 확보라는 난제 중 난제를 평생 이 분야에 종사한 의료계 전문가, 정책 전문가가 아닌 시민들이 정부에 답을 준 것이다. ‘나의 이익’이 아닌 ‘이용자이자 국민’으로서 정책을 평가하고 보완하기 위한 의견들이 킨텍스 토론장을 가득 채웠다. 정부의 정책, 전문가의 분석을 경청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감동적인 소통의 드라마였다. 어느 지역에 살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의료 서비스를 위해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거대한 이정표를 세우는 대소통의 장이 도출된 것이다.

의료혁신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의료취약지를 돌며 시민 목소리를 경청해 왔다. 이용자이자 주인인 국민에게 문제를 듣고, 답을 찾는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앞으로 올해 내 또 한 번의 심층 토론회 기회가 남아 있고, 그 사이사이 다양한 주제에 대한 다각적 소통 과정이 세심하게 기획되어 있다. 보건의료 현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무척이나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300여 명 시민이 내어준 소중한 시간과 정성,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혁신 의지가 결합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답을 찾을 것이다. 우리의 소통은 위대한 대한민국 의료를 재건하는 가장 강력한 백신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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