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분기 국내 기업들이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기업의 여유자금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들의 영향이 컸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1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금융법인(기업) 순자금운용 규모는 2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0.1조원) 대비 20조7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한국은행이 통계를 편제한 2009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직전 최대치인 2024년 1분기(5조8000억원)와도 큰 폭의 격차다. 순자금운용이란 경제주체가 일정 기간 동안 벌어들여 굴린 돈(자금운용액)에서 빌린 돈(자금조달액)을 차감한 순수 여유자금을 말한다.
김용현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1분기 기업의 순자금운용 확대 배경에 대해 "지난해 4분기 31조원 수준이던 상장기업 당기순이익이 올해 1분기 들어 111조원대로 급등했다"며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들이 1분기 중 각각 30조원 가량의 순익을 기록하고 있어 순자금운용 규모가 전기 대비 큰 폭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성장(-2.7%)이었으나 올해 1분기에는 22%로 파악됐다.
세부항목 별로 보면 1분기 기업들의 자금운용 규모가 58조4000억원에서 135조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 기간 자금조달 규모 역시 금융기관 차입과 상거래신용 등을 중심으로 전분기(58조3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급증한 11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자금조달에서는 금융기관 차입이 32조2000억원으로 전기(10.6조원) 대비 큰 폭 확대됐고 상거래신용 역시 7조원대에서 59조원대로 대폭 늘었다.
김 팀장은 "기업의 경우 생산 활동의 주체로서 재화와 서비스 생산을 위해 설비 및 기술 투자를 진행한다"며 "따라서 일반적인 실물투자가 금융투자보다 많은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분기에는 반도체 경기 호조로 인한 영업이익 급증으로 기업에서 큰 폭의 여유자금이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간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금운용 규모 역시 전분기(67조원)에서 10조원 이상 증가한 7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김 팀장은 "연초 상여금 유입 등으로 가계소득이 증가한 가운데 아파트 신규입주물량 감소 등으로 여유자금이 증가하여 순자금운용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일반정부 순자금조달 규모(23조3000억원)으로 전분기(19조원)보다 규모를 키웠다. 현 정부의 재정 신속집행 기조 영향으로 정부 지출이 수입을 상회한 데 따른 영향이다. 한은에 따르면 정부의 1분기 총지출 규모는 211조6000억원, 총수입 규모는 188조8000억원으로 추산됐다.
한편 국외 순자금조달 규모는 84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51조9000억원)보다 30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외부채 증감을 의미하는 국외 자금운용은 46조4000억원 순취득에서 -20조9000억원(순처분)으로 전환했다. 코스피 상승 속 외국인 투자자 등 비거주자의 국내주식 매도 영향이다.
우리나라 대외자산 증감을 뜻하는 자금조달은 '서학개미' 등을 중심으로 조달규모(98조원→63조원)가 축소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