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대출 상환유예 등 긴급 유동성 지원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홈플러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홈플러스가 14일 안에 2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해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못할 경우 법원의 결정은 확정된다. 이 경우 홈플러스는 법정관리 대신 공중분해 후 매각이라는 시나리오를 밟게 될 전망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는 홈플러스가 지난달 30일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 변경안의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3일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지난해 3월 홈플러스의 회생절차가 개시된 지 1년 4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 부문 매각이 성사됐으나 잔존 사업부에 대한 인수·합병이 이뤄지지 않은 채 영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매출이 감소하는 반면 급여, 물품대금 채무, 조세 등 공익채권이 급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관리인이 직원들에게 올해 6월분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거래처에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마트 영업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생계획안을 수행하려면 최소 약 2000억원이 필요함에도 현재까지 조달되지 않아 관계인집회의 심의·결의에 부치지 않고 회생절차를 폐지했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자금 조달에 실패할 경우 결국 법원에 파산을 신청할 전망이다.
이후 법원이 파산을 선고하면 자산을 채권자들에 배당하는 청산 절차가 진행된다. 홈플러스 자가 점포 62개는 메리츠에 신탁 담보로 잡혀 있다. 신탁 담보는 파산재단의 일반적인 경매 절차에 포함되지 않고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가 독자적으로 처분할 수 있다. 메리츠는 지난 2024년 홈플러스의 부동산과 유형자산을 신탁자산으로 받고 홈플러스에 선순위 대출 1조3000억원을 내어 주었다. 이에 따라 메리츠는 담보로 잡은 점포들을 독자적으로 처분하며 대출 원리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대형마트 업계의 침체로 이마트와 롯데마트와 같은 대형 업체들도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작다. 결국 점포 부지를 주상복합·물류센터·오피스 등으로 용도 변경해 매각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MBK는 회생절차 개시 전 알짜 점포 중 하나인 동대문점을 매각했는데, 현재 이 자리에는 지상 49층 규모의 공동주택과 복합시설을 짓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부동산 업황 역시 좋지 못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청산 과정에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홈플러스나 채권자들이 14일 이내에 즉시항고할 수 있는 길은 남아 있다. 항고 기간 마지막 날인 17일이 공휴일이라 실제 마감일은 20일이 된다. 기한 내 자금을 확보해 즉시항고하면 법원이 결정을 취소할 가능성이 열린다. 그러나 필요한 추가 지원금 2000억원을 두고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대립하고 있다. 메리츠는 김병주 MBK 회장의 개인 보증을 전제로 1000억원의 조건부 긴급운영자금(DIP)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MBK는 김 회장이 보증을 서는 만큼 메리츠가 2000억원 전액을 대출해달라고 맞서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중소 협력업체의 피해와 민생경제 파급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선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금융위원회와 주요 은행 간 회의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긴급경영안정자금 900억원과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의 특례보증 3500억원 등 긴급 자금도 협력업체에 함께 공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