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 거래량 늘어도 해제율은 하락
대출 규제·배액 배상 부담도 영향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을 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사례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도자가 계약을 깨거나 대출이 막혀 매수자가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잦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자금 계획을 충분히 세운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해제율은 1월 3.19%, 2월 3.11%, 3월 3.33%를 기록한 뒤 4월 2.20%, 5월 1.35%로 꾸준히 하락했다. 6월 계약분은 현재까지 0.86%로 집계됐다. 다만 6월 계약은 아직 계약 해제 신고 기간이 남아 있어 최종 해제율은 이보다 다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변화는 더 뚜렷하다. 지난해 5월 서울 아파트 계약 해제율은 11.51%, 6월은 10.69%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계약을 번복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과 금융 규제 강화 등으로 계약 당시 가능했던 대출이 막히거나 자금 조달 계획이 틀어져 매수자가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반대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도자가 계약금을 두 배로 돌려주는 이른바 '배액 배상'을 감수하면서까지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와 관련해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계약 해제율이 많이 감소한 것은 맞지만, 지난해는 계약 해제가 유난히 많았던 시기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며 "지난해는 강남권과 성동구 등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추가 상승을 기대한 매도자가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있었고, 반대로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대출 규제가 시장에 자리 잡으면서 자금 조달이 가능한 매수자들이 신중하게 계약에 나서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계약을 체결하기 전 대출 가능 금액과 자기 자금 규모를 충분히 확인한 뒤 거래하는 사례가 늘면서 계약을 번복할 가능성도 함께 낮아진 것이다. 부동산 감독 강화 등 규제 환경 변화도 배경으로 꼽힌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미국 IAU 교수)은 "대출 규제와 부동산 감독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매수자들이 계약에 앞서 자금 조달 여부 등을 한 번 더 꼼꼼히 검토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계약 해제에 따른 비용 부담도 시장 참여자들을 신중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통상 아파트 매매 계약금은 거래가격의 10% 안팎이다. 예를 들어 20억원짜리 아파트를 계약했다면 계약금만 2억원에 달한다. 매수자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 계약금을 모두 포기해야 하고, 반대로 매도자가 계약을 취소하면 계약금의 두 배인 4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서울 집값이 높아질수록 계약을 번복하는 데 따르는 비용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